섬섬옥수: 주섬주섬 모은 주옥 같은 수록곡
레몬밤
누구에게나 전세계에 들려주고 싶은 내 가수의 수록곡이 있다. 타이틀곡 위주로 돌아가다 못해 점점 디지털 싱글화 되고 있는 한국 음악 시장에서, 프로모션 비용이 엄청나게 들어간 타이틀곡보다 수록곡이 좋은 경우도 왕왕 존재한다. 그래서 가끔은 외치고 싶다. 세상 사람들이여, 앨범 속에 숨어있는 이 “띵곡”도 좀 들어달라고. 필자의 그 “띵곡” 리스트를 오늘 공개해본다. 타이틀이 아닌 게 이상한 노래들, “근데 왜 이게 수록곡이죠?”를 외치게 만드는 노래들, 그만큼 매력 있는 수록곡의 세계로 -수록곡샬트 붕괴가 오기 전에- 들어가보자.
* 타이틀곡이 아니더라도 2회 이상 방송 무대에 오른 노래는 수록곡 리스트에서 제외하였다.
(여자)아이들-MAZE
신인 아이돌 (여자)아이들의 데뷔 앨범 <I am>의 3번째 트랙. 데뷔 앨범 자체가 꽤나 괜찮다. (그룹 이름 빼고 다 괜찮은 것 같기도.) 곡 분위기도 세련됐다. (그렇다. 필자는 또 다시 큐브에 치여버린 것이다.) 리더 소연의 찰진 랩핑이 곡과 너무나 잘 어울린다. 우기와 미연의 보컬도 한 몫하고. 그렇지만 다시 생각해봐도 이 곡은 소연의 랩을 위해 존재한다고 해도 무방. 찰떡같이 곡에 붙는 그의 랩이 궁금하다면 어서 들어보시길.
청하-Drive
인트로의 경쾌한 기타 소리가 바다 옆 고속도로에서 맞는 바람처럼 청량하다. 세 번째 미니앨범을 발매하는 청하에게 필요했던 것은 “Why don’t you know” – “Rollercoaster” – “Love U”로 이어지는 비슷비슷한 느낌의 타이틀곡 3연타가 아니라 분위기 전환이었다. (물론 이런 노래 스타일로 청하가 잘 된 것은 맞지만) 조금 더 색다르게 “Drive”를 타이틀로 선택했다면 어땠을까? 믿고 듣는 청하라면 어차피 음원 순위도 충분히 높았을텐데.
SHINHWA-SUPER POWER
도대체 이게 왜 수록곡이죠? (억울) 신화의 13집 타이틀 “Touch”와 함께 끝까지 타이틀 경쟁을 했던 곡. 신화 측에 의하면 “SUPER POWER”가 이전 앨범과 비슷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색다른 느낌을 주고자 “Touch”를 타이틀곡으로 정했다고 하는데, 제대로 된 선택 미스다. 이전 타이틀 곡들과 같은 느낌을 전혀 주지 않을 뿐더러 후렴구도 -기존 신화의 곡들과는 달리- 귀에 잘 들어와서 “Touch”처럼 어렵지도 않다. 나중에 콘서트 무대를 보고 왜 타이틀 곡으로 선정하지 않았는지 이해는 갔지만…(각- 신화는 주변 고인물을 바꾸지 않으면 절대 다시 흥할 수 없다. 여기엔 안무가도 포함이다. 이 좋은 곡 안무를 그렇게 지루하게 짜는 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이다. 무대 영상 보는 것보다 노래만 듣는 게 훨씬 덜 지루할 정도.) 다소 유치해 보이는 제목과는 달리 강렬한 신화의 이미지가 떠오르는 곡이다. 신화 13집 <UNCHANGING>의 3번째 트랙.
하이라이트-Take on me
하이라이트 미니앨범 <CELEBRATE>의 3번째 트랙. 하이라이트가 했던 기존 댄스곡과는 느낌이 다르다. 대세에 맞게 (사실 한 발짝 느리게) 나름대로 트로피컬한 느낌의 곡을 내놓았는데, 후렴구도 귀에 쉽게 들어오고 반복되는 멜로디도 신이 나서 쿠바에서 모히또 한 잔 먹고 흔들고 싶은 느낌을 준다. 트로피컬 스타일이라 그런지 중남미로 날아가 살사를 추고 싶어지기도 한다. 이런 풍의 음악이 잘 먹히던 여름 케이팝 시장에 등장했어도 선방했을 곡. 전체적인 일관성이 부족한 <CELEBRATE> 앨범에서 눈에 띄는 수작. <CELEBRATE>의 타이틀 곡 “어쩔 수 없지 뭐” 가 (“얼굴 찌푸리지 말아요”에 이어) B급 감성 2연타였기 때문에 식상하게 느껴졌는데, 그런 타이틀 곡에 밀리기엔 너무나 아까웠던 곡.
NELL-타인의 기억
NELL 멤버들(특히 김종완)이 지금처럼 행복에 안주한 작곡을 하기 일보 직전에 나온 6집 <Newton’s Apple>의 3번째 트랙. (각- 요즘 NELL이 하는 음악을 들으면 전혀 다른 사람들의 음악을 듣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너무나 아쉽다.) ‘섬섬옥수’에 꼽힌 곡들은 주로 선율적인 측면에서 타이틀 곡을 능가하거나 타이틀곡에 맞먹는 곡들이 많은데, 이 곡은 선율적인 측면에서 그 정도로 뛰어나지는 않다. 그렇다고 가사도 심금을 울릴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이별을 하고 나면 결국 모두가 타인의 기억으로 남아버린다는 사실을 떠올리고 난 후에 노래를 들으면 괜히 마음이 뭉글뭉글해진다. 보편적인 감정과 생각을 콕 집어냈기 때문일까.
SHINHWA-Midnight Girl
‘신화(혹은 신혜성) X 박창현 = 진리’ 공식을 다시 한 번 보여주는 곡. 신혜성 혼자 부른 어쿠스틱 버전도 있지만 원래 버전이 더 낫다. 타이틀을 대체할 정도는 아니지만 신화의 비트감 있는 발라드 중에서는 TOP 3 안으로 꼽을 수 있다. 이 글을 쓰면서 다시 들어도 너무 좋다. 발매된 지 10년이 넘었는데도 여전히 세련됐다. 중독성 있는 코러스 “Love for midnight girl, every day I feel”과 꿈만 같은 피아노 선율. 아… 좋다. 뭐라 형용할 수 없어서 안타까울 지경. 필자가 꼽은 수록곡들 중에서도 강력 추천하는 곡이니 꼭 들어보시길. 신화 8집 <State of the art>의 8번 트랙.
샤이니-사.계.한.(Love Should Go On)
샤이니 데뷔 앨범 <누난 너무 예뻐 (Replay)>의 4번 트랙. 필자에게 SM 노래들, 특히 f(x)와 샤이니의 노래들은 특히나 더 난해하게 다가오는데, 이 노래는 10년이 지난 지금도 종종 꺼내 듣는다. 제목은 좀 유치하고 (SM이 원래 좀 그렇지 않나.) 랩이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후렴구가 이를 상쇄시켜줄 것이다. 이런 곡이 데뷔 앨범에 실렸다니 놀라울 따름. 타이틀 곡이었어도 잘 나갔을 것 같은 곡.
태연-Circus
태연 미니앨범 3집 <Something New>의 5번 트랙. 아련한 피아노 반주와 함께 -가사처럼- “더없이 아름다운” 태연의 목소리가 잔잔히 깔린다. 이 노래는 선율적으로 좋아서 더 이상 뭐라 형언할 수가 없다. 태양의 서커스(Cirque du Soleil)처럼 화려하진 않아도 달빛 아래 찬란하게 홀로 그네를 타는 곡예사의 빛나는 모습을 보는 것 같달까. 노래가 전체적으로 반짝인다.
비스트-dance with u
2014년 비스트(현 하이라이트)의 6번째 미니앨범 <GOOD LUCK>의 첫 번째 트랙. 1번 트랙 답게 앨범 속 세계로 청자를 이끈다. 그래서인지 이 노래만 들으면 괜히 판타지 소설의 도입부를 읽어야만 할 것 같다. 또 다른 세계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을 주니까. 타이틀 곡인 “Good Luck”엔 밀리지만 세컨 타이틀로는 충분한 자격을 갖췄다. 방송에서 “We Up” 대신 무대를 했으면 어땠을까 싶은 노래. 댄서들과 함께하는 커플 안무도 “We Up”보다 더 매혹적이다.
선미-곡선
선미의 미니앨범 <WARNING>의 3번 트랙. 선미의, 혹은 선미가 추구하고 있는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앨범명인 <WARNING>과도 컨셉이 잘 맞고 앨범 커버의 이미지와도 가장 잘 어울리는 곡이다. 몽환적인 피아노 선율과 비트가 어우러져 지루함을 주지 않는다. 선미의 약점으로 꼽힐 수도 있는 보컬(혹은 음색) 또한 충분히 보완되었기 때문에 선미의 목소리가 부담스러웠던 이들도 한 번쯤 들어 볼 만한 곡.
Wanna One(워너원)-묻고 싶다(One Love)
Wanna One(워너원)의 첫 번째 정규앨범이자 마지막 앨범 <1¹¹=1 (POWER OF DESTINY)> 5번 트랙. 비트감이 좋다. Wanna One(워너원)의 노래들은 보통 랩파트가 어색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 노래는 랩을 잘 뽑았다. 비트와 어우러지는 박우진의 랩이 노래를 계속 듣고 싶어지게 만들 정도. 보컬 파트 분배도 알맞게 이루어졌다. 각각의 파트가 멤버들의 목소리와 찰떡같이 어울린다. 마지막 앨범에 실린 곡들 중 가장 좋은 노래.
비스트-잘자요
비스트로서 마지막 앨범인 3집 <Highlight>의 11번째 트랙. 이름대로 자장가로 쓰기 딱 좋다. 나른하게 반복되며 뒤에 깔리는 피아노 선율과 힘을 뺀 보컬들. 밑에 깔리는 비트도 부담스럽지 않다. 귀에 잘 들어오는 건 후렴구인데 필자가 선호하는 파트는 verse 1, 그리고 화음이 깔리며 허밍(?)(각- 정확하게 허밍은 아니다. ‘어어우워’하는 부분이지.)하는 부분. 윤두준과 용준형의 보컬과 송랩 또한 비음기가 많이 빠졌기 때문에 보컬적인 측면에서의 단점도 크게 없다. 피곤에 몰려 침대에 쓰러진 채로 잠이 들 때 듣고픈 노래 1순위.
숨수(숨은 수록곡) 말고 “숨띵(숨은 명곡)”
수록곡 외에도 많이 알려지지 않은 타이틀 곡 혹은 후속곡들이 존재한다. 그냥 지나치기엔 너무 아쉬워서 딱 6곡만 더 뽑아보았다.
파란(PARAN)-Don’t Cry
앨범 전체를 추천하고 싶은 파란 3집 <U.R.M.S>의 4번째 트랙. 드디어 파란만의 색깔을 찾았다 싶어서 반가웠는데, 이 앨범을 마지막으로 파란은 해체와 다를 바 없는 (각-작년에 라이언, 피오, 에이스가 뭉쳐서 음원을 발매하기도 했으니 정말로 해체는 아니다.) 기나긴 휴식기에 들어간다. (필자는 하필 이 때 입덕해서 10년 간 제대로 된 라이브 한 번 보지 못했다고 한다…) 메인보컬 에이스의 음색, 폭발적인 성량 그리고 현악기의 웅장함이 잘 어울리는 락발라드. 라이브 영상을 보면 AR 따위 깔지 않고 CD를 씹어 먹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파란과 관련해서는 단독으로 글을 하나 쓸 수 있을 정도로 애정이 깊지만 여기서는 말을 아끼도록 하겠다. “발자국”, “양복 한 벌” 등 좋은 수록곡들도 많은 앨범이다. 가창력 좋은 남자 보컬 그룹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 이 앨범을 정주행하길 바란다.
트리플H-365 FRESH
이제는 더 이상 볼 수 없는 전설의(?) 그룹 트리플 H(현아, 펜타곤(후이, 이던))의 첫 앨범 <199X>의 타이틀곡. 컨셉도, 노래도, 안무도 역대급이었는데 못 떴다. 심지어 음악방송 의상도 예뻤는데! 노래 스타일이랑 발매 타이밍도 잘 맞았는데! <프로듀스 101 시즌2>까지 출연하며 열일했는데! 못 떴다! 왜죠? (오열) 왜긴 왜야 뭐 같은 큐브가 이상한 언플만 했기 때문이지…
진짜 좋아하면 왜 좋아하는지는 구구절절 설명을 할 수가 없다. 세상 사람들 제발 이 노래를 들어주세요. 음원으로만 들어도 좋고 청량한 안무 연습 영상을 봐도 좋고 의상 보는 재미가 있는 무대편집영상을 봐도 좋다. 섹시 컨셉이 아닌 현아의 모습을 마음껏 볼 수 있다. 365일 언제 들어도 이름대로 FRESH하다. 그러니까 제발 들어주세요. 아니, 지금 당장 들어라. (단호)
체리필터-head up
체리필터 1집 <Head-up>의 타이틀곡. 보컬 조유진의 엄청난 기교를 체감할 수 있다. 듣다보면 “사람 목소리에서 어떻게 저런 소리가 나지?”하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조유진의 휘슬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필수로 들어야 할 곡. 스크래치, 그로울링, 휘슬까지 그가 가진 모든 락 보컬 스킬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다. 이 곡은 꼭 라이브 영상으로 보는 것을 추천한다. 표정 변화 하나 없이 웃으면서 고음을 뽑아내고 목소리를 긁는 것을 보면 경이롭기까지 하니까.
프리스틴 V-네 멋대로(Get it)
프리스틴 유닛 프리스틴 V의 싱글 <Like a V>의 타이틀. 블랙 위도우 컨셉과 너무나 잘 어울리는 곡이다. (각- 프리스틴의 노래 중 “Black Widow”란 곡이 있음.) 세련된 사운드, 친근한 verse와 간단한 후렴구로, 다소 난해하게 들릴 수 있는 프리스틴의 다른 곡들에 비해 진입장벽이 낮아 보이는데 화제가 많이 되지 않아 아쉬운 곡. 프리스틴 V 멤버에 시연까지 합세해서 이 곡으로 데뷔를 했다면 어땠을지?
에이핑크-내가 설렐 수 있게
에이핑크 3집 <PINK REVOLUTION>의 타이틀곡. 에이핑크치고는 성적이 많이 좋지 않았던 곡인데, 그 이유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의상은 좀 별로긴 했다.) 90년대 느낌 물씬 풍기며 센치함과 아련함, 청순함이 느껴지는 곡. 이 곡이 망하는(?) 바람에 핑순이들은 다시 “Five” 같은 발랄한 댄스곡으로 선회하게 된다. 언제까지나 발랄하고 신나는 노래만 할 수는 없을 터, 이번에 “1도 없어”가 흥한 만큼 다시 이 컨셉을 밀고 나오는 건 어떨런지. 겨울쯤 나오면 계절감도 맞고 좋겠다. ”LUV”나 “내가 설렐 수 있게” 같은 성숙하면서도 아련한 컨셉으로 나오면 이번에는 흥할 것 같은데. 필자가 꼽은 베스트 파트는 verse 2.
스피카-러시안 룰렛(Russian Roulette)
스피카의 데뷔 앨범 러시안 룰렛(Russian Roulette)의 타이틀 곡. 작곡가 스윗튠이 또 한 번 해내는가 싶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안 떠서 슬픈 노래. 이런 멋진 곡을 주고도 애들을 못 뜨게한 소속사 당신은 대체… 그룹은 해체했지만 “띵곡”은 남는다. 멤버들의 시원시원한 보컬과 하모니가 절경이고 장관이며 신이 주신 선물이다. 후렴에서 김보형과 김보아가 함께 화음 넣는 부분(난 이렇게라도 널 너를 잡아야겠어 난)이 킬링파트. 곡 제목만 보면 자꾸 레드벨벳 노래가 떠오를 테지만 한 번 듣고 나면 확실히 스피카의 “러시안 룰렛”으로 각인될 것이다.
이상 필자 혼자 마음 속으로 간직해온 수록곡 소개의 시간이었다. 소개랄 것도 없이 그냥 사담을 주절대는 게 전부였지만. 당신의 마음 한 켠에 자리잡은 숨은 “띵곡”은 무엇인가? 오늘만큼은 고이 모셔둔 그 노래를 꺼내 친구에게 스리슬쩍 이어폰을 건네보는 것은 어떨까.
'PEEP VOL.03 [2019-1]'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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