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놈> 성공적인 히어로물 정착은 가능했는가?

-베놈의 재수 성공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던지는 한풀이-

뜸부기

 

 

 

 

 

 다급한 목소리와 함께 지구 귀퉁이에 우주선이 불시착한다. 신고를 받고 달려간 구조원들은 정체불명의 생명체에게 습격당한다. ‘심비오트라는 이름의 외계 생명체는 여러 숙주에 기생하며 천천히 우리의 배경인 뉴욕으로 다가오고 있다. 사회 부조리를 취재하는 대담한 기자 에디( 하디) 거대 기업 라이프 파운데이션이 자행하는 생체실험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도중, 극의 서막을 열었던 심비오트와 결합하기에 이른다. 한편 비밀리에 인간과 심비오트의 결합을 시도하던 라이프 파운데이션의 회장 칼튼 드레이크(리즈 아메드) 또한 강력한 심비오트 라이엇과 결속하기를 자처한다. 베놈과 에디는 심비오트 행성으로부터 다른 심비오트 개체들을 불러오려는 칼튼과 라이엇의 지구 침공 계획을 저지하려 나선다.

<베놈> 소니픽쳐스 산하의 마블 영화로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와는 다른 방식으로 독자적인 세계관을 구축해나갈 소니 유니버스 오브 마블 캐릭터스(SUMC) 속한다. 2018 10 <베놈> 치룬 극적인 데뷔식은 한국을 비롯해 세계에서 흥행 기록을 거두며 마무리되었지만, 서사 전개의 미진함과 어설픈 설정 탓에 일군의 팬에게는 실망을 안겼다. 애정을 갖고 기대해온 팬들은 눈물을 훔치며 1편의 실패를 한발 양보해 인정했고, <토르> 1, 2 또한 흥행 참패했으나 3 라그나로크로 화려한 재데뷔를 이룩했다는 전설을 해님 달님의 동아줄처럼 붙잡은 장래의 재기를 기도하는 샤머니즘에 기대고 있다.

언급했듯 팬들의 아쉬움은 <베놈> 캐릭터의 정체성 서사 구현의 미진에서 온다. 바로 봐도 모로 봐도 빌런을 연상시키는 괴기스러운 외모와 능력치를 가진 베놈이 히어로적인 사업을 감행하게 되는 필연적 논리와 논리를 촉발시킨 계기적 사건이 칼로 도려낸 구멍 있다는 것이다. 빌딩 꼭대기에 매달려서 보니지구가 아름답더라 베놈의 단마디 감상이 감독 딴에는 명시적인 지표였을까? 에디의 육체가 마음에 들었다는 베놈의 고백을 글자 그대로 믿어야 했을까? 안타깝게도 관객 입장에서는설마 그게 다야?’ 싶다. 베놈과 에디의 치고 박고 쥐어박는 좌충우돌 공생관계를 한시라도 빨리 스크린에 띄워야겠다는 성급함 때문인지, 주연들만 100미터 달리기의 결승지점에 다가가고 있고 관객은 출발선에 남겨져 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고 했고 사람이 죽으라는 법은 없다고 했다. 몇몇 팬들에게는 신세계가 열렸다. 신세계의 이름하야, 베놈과 에디가 사랑하는 사이였다더라 하는베놈에디였다. 개연성의 부재에서 비롯된 실망감이 누군가에게는 <베놈> 새로운 BL물로 엮어보자는 발상의 전환점이 것이었다. 물론 누군가 이름붙인 부녀자들은 시선이 닿는 모든 사물을 요리할 있는 먹이사슬의 꼭대기에 앉아있기 때문에, 애정의-애정에 의한-애정을 위한 명시적인 BL판은 물론이고 2D, 2.5D, 3D 차원 장르를 가리지 않는 활발한 행보를 보인다. 하물며 공식이 적극적으로 라이벌 내지 버디 관계를 떠먹이는 판에 그들이 커플로 재탄생하리라는 것은 2 BL판의 암묵적 규칙상 예견된 바였다. 그런데 이번 경우에는 영화의 부족한 개연성이 오히려 주인공들 간의 떼려야 없는 궁합 같은 있었다카더라식으로 풀어내는 모종의 정당성을 부여했다. ‘베놈은 설명 불가능하다, 설명 불가능한 것은 사랑이다, 베놈은 결국 애정물이었다 관객들의 낭만적인 유추가 작동한 것은 왜곡된 망상력(‘하여간 남자가 둘이 붙어있으면 붙어먹게 만들려고 하는군!’) 아니라 기실 서사의 구멍을 기우려는 독자의 본능으로까지 보인다.

 

주인공 측에서 베놈의 히어로 정체성이 모호했다면, 악역 칼튼 캐릭터는 본체 배우 리즈 아메드의 가련한 미모를 제하곤 KBS 8 30 아침드라마를 보듯 뻔할 자인 것이 문제였다. 대개 킬링 타임으로 소비되는 히어로물이 예측불허로 치닫는 인지적 난투극일 ,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아니나, <베놈> 마련한 선악의 이항 대립은 칼로 나누듯 극명했고, 칼튼의 매력적인 묘사를 위해 마련한알고 보면 사이코패스라는 반전은 유사한 설정이 범람하는 영화계에 짬이 굵어진 관객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만무했다. , 우리는 세계에 관한 모종의현자타임덕택에 악역이 악역으로 인생 선로를 급선회할 수밖에 없었음을 강조함으로써, ‘결국 작중 절대 악은 없다 영화의 차원을 계단 높이려는 기믹에 수없이 노출되어 왔다. 올해 세계인의 욕을 배불리 먹었던 <어벤져스 인피티니워>(2018) 타노스도공기 , 사람 반이 에코라는 논리를 뒷받침하기 위해 상처 어린 개인사를 끄집어낸 있다. <블랙팬서>(2017) 악역계의 행동 지침을 미온적 외교에 대한 강경파의 정치적 반발로 그럴싸하게 풀어낸 예외적인 전범이다.

게다가 관객에게 인식론적인 풍부함을 선사하는 것도 아니다. 대개 공상과학 혹은 판타지 영화 문학은 실제 세계에 드리우고 있는 규칙을 걷어 자리에 다른 그럴듯한 규칙을 덧입힘으로써 놀라움을 선사한다. 그러나 <베놈>으로 돌아오면 다음 질문에 대답할 있는 관객이 있는가?: 심비오트의 기원은 뭐고 정확한 능력의 목록은 뭘까? 숙주와의 공생관계의 구체적인 메커니즘은 뭘까?

사실 공상 요소에 대한 설명을 불친절하게 덮어두는 것은 여타 마블 영화에서도 드러나는 현상이다. 가령 MCU에서는 어벤져스 시리즈를 기점으로 온갖 히어로가 같은 하늘 아래 존재하고 있음을 밝힌 이후로, 히어로 위계를 유발하지 않고 그들을 동등한 캐릭터로 다루기 위해 능력치 대조를 마다하거나 전말을 숨긴다. 그나마도 <토르: 라그나로크> <어벤져스 인피니티워>에서는 모든 사건이 우주에서 일어나고 있고, 히어로들의 슈퍼파워는 인피니티 스톤 6개로부터 기원했으며, 아스가르드 왕국 또한 결국 우주 행성 하나였다고 밝히는 판타지의 공상 과학으로의 편입을 통해 관객을 설득하고 있다.

따라서 적어도 <어벤져스>처럼 개별 인물의 뒷배경과 능력치에 관한 이론을 구구절절 설명하면 오히려 몰입도가 떨어지는 경우를 제외하고, 히어로에게 강한 하이라이트 조명이 켜지는 독무대라면 시간을 할애해서 세계관을 기층부터 충실히 축조하고 설명해야 했다. 특히나 본래 정립된 설정을 기반 삼아 사건 중심의 전개에 매진하는 후속편도 아니고, 주인공 소개가 주가 되어야 편을 얼버무리면 곤란하다. 더군다나 빌런을 히어로로 끌어오는 대담한 도전 중에는 필요한 일이었다. 

인정하자. 감독은 히어로물로서의 완성도와 웅장한 스케일보다는, 버디 영화로서 주연 간의 케미스트리를 원했다. ‘베놈에디 커플은 1차가 한다 장난스러운 모략이 실은 감독이 제일 원했단 바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티격태격하는 인물을 그려내고자 모든 줄거리와 인물 설정을 어설프게 봉합한 결과물이 바로 이것인 것이다. 이어서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관객들은 감독의 숨은 의도를 기민하게 간파했고, ‘히어로물이 그렇지 라는 한마디 양보와 함께 서사를 한편으로 치우고 캐릭터의 관계성만 끄집어내서 요리조리 놀고 있다.

지금이라도 MCU 접선해 <스파이더맨> 부활에 업혀갈 방도를 강구하라거나, <데드풀>마냥 청소년 관람 불가 딱지를 붙이고 나오라는 갖가지 대안이 등판하는 통에, 슬그머니 공감의 마음을 기울이면서도 가슴이 아픈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베놈> 캐릭터 자체의 매력 하나로 중박 이상의 흥행 기록을 세웠다는 점에서 자체로 자생할 잠재력은 얼마든지 있다. 역할 뛰어난 케미스트리와 서사의 완전성은 주지하듯 양립불가능하지 않다. <베놈> 마블 사촌들처럼 수작의 반열에 오르고 지금의 야유를 면하기 위해서는 후자의 부재를 극복할 필요가 있다. 덕후들의 2 창작계에서 작품 논의를 그치지 않고, 대중과 비평계로까지 영역을 확장하고자 한다면 정신 차려야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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