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묭(あいみょん)순애가 ~들어~
(아이묭 노래 중 <貴方解剖純愛歌 ~死ね(당신해부순애가 ~죽어~)> 패러디, 원곡의 의미는 ‘너를 해부하는 순애의 노래’)
후추도깨비소년들
*본 글에서는 일본어로 된 가수의 표기에 있어서 영어와 한국어 중 더 가독성이 좋은 쪽으로 선택하여 표기하였다.
일본 노래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다. 일본 음식, 일본 만화, 일본 영화 등 일본의 다른 문화에 대해서는 그 어떤 거부감도 가지고 있지 않았으면서, 심지어 일본의 문화를 꽤나 좋아하는 사람이었으면서 이상하게도 노래만은 듣지를 않았다. 그러던 내가 2017년부터는 일본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을 주변에 두며 일본 노래를 하나 둘 추천받아 듣기 시작했다. Spitz와 Bump of Chicken(バンプオブチキン)을 추천받아 들으며 amazarashi와 카미키타 켄(kk), 요네즈 켄시 등을 들으며 취향을 만들어갔다. 그렇게 어느 순간 내 재생목록에는 일본 노래가 가득하게 되었다. 왜 그동안 안 들었을까 싶을 정도로 일본 노래들은 내 감성에 딱 들어맞았다.
일본 노래를 자주 듣던 사람에게 추천받았던 <栞>은 라디오 FM802와 TSUTAYA가 진행하는 드림 프로젝트 ‘ACCESS!’의 캠페인 송이다. 총 여섯 명의 아티스트가 참여한 곡이었는데 아이묭, Creephyp의 오자키 세카이칸, sumika의 카타오카 켄타, 04 Limited Sazabys의 GEN, Unison Square Garden의 사이토 코스케, 스가 시카오가 그들이었다. 꽤 거물들이 모인 캠페인 송이었는데 여섯 명의 목소리 중 귀에 쏙 들어오는 독특한 음색이 있었다. 그렇게 아이묭을 처음 만났다.
아이묭. “여자애들과 있을 때 할 얘기가 없을 때에는 아이묭을 화제로 던져봐라”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요즘 가장 핫한 여성 싱어송라이터. 동시에 신세대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아이묭. 남자 중에서는 요네즈 켄시가 가장 핫하다면 여자는 아이묭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아이묭은 데뷔 3년 만에 홍백가합전(각주 : 일본을 대표하는 연말 음악 가요제이자 인기와 경력을 나타내는 상징이기에 함께 모든 일본 가수들이 꿈꾸는 꿈의 무대)에 출전하기도 하였다.
그렇다면 무엇이 그렇게 아이묭을 인기의 반열에 올려놨을까? 첫째는 음색이다. 실제로 아이묭의 음색은 단 하나의 특징으로 정의하기 어렵다. 노래마다 목소리가 주는 느낌이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노래마다 목소리도 창법도 바뀌고 그 차이가 큰 편이다. 대표적으로는 <○○ちゃん>과 <二人の世界>, <今夜このまま>를 들어보면 아예 다른 가수가 부른 것 같다는 느낌을 준다. 그렇지만 모든 노래에서 느껴지는 아이묭의 중성적이고 퇴폐적인 듯한 목소리 톤은 독보적이고 매력적이다.
그렇지만 역시 아이묭의 독보적인 매력은 그 노래의 가사에 있지 않을까? 적당히 쿨하고 시니컬하지만 사실은 외롭고 사랑받고 싶은 순정. 그런 마음은 꽤나 솔직하고 직설적으로 가사에서 드러난다. 우리는 누구나 쿨한 척 한다. 괜찮은 척, 아프지 않은 척. 그렇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척’이지 않은가. 우리는 ‘사랑을 하고 싶’(<青春と青春と青春>)고 ‘행복의 가로획을 하나 정도 채워보고 싶’(<今夜このまま>)다. 사실 우리는 원하는 것이 많고 하고 싶은 것이 많다. 그런 우리의 숨겨진 욕심, 욕심이라는 왠지 모를 부정적인 뉘앙스의 단어 하에 묶여버린 있는 그대로의 마음을, 아이묭은 노래한다. 그 마음은 때로는 여자의 목소리로, 때로는 남자의 목소리로 이야기 된다. 그렇게 아이묭은 우리 주변의 이야기를 감각적이면서 적나라하게 풀어낸다. 그 이야기들은 모순으로 가득하고 그렇기에 아이묭의 노래도 변덕스럽다. 그렇지만 오히려 그것이 있는 그대로의 상황에 대한 완벽한 묘사가 아닐까?
그러한 아이묭의 노래 중 필자의 마음에 든 노래들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이 노래들이 여러분의 마음에도 가닿기를 바라며 조심스럽게 꺼내본다.
夜行バス(야간 버스)
새벽이 되어서야 집에 들어가게 되었다. 일을 끝내거나 공부를 끝내고 집에 들어가는 밤길은 쓸쓸하고 씁쓸하다. 야간 버스, 우리로 치면 심야버스를 타고 집에 들어가는 기분은 어떨까? 아이묭은 사회에 내던져진 힘든 청춘을 노래한다.
夢を追うって こんなにも
꿈을 좇는다는 게 이렇게
怖いの?つらいの?さみしいの?
무서워? 괴로워? 외로워?
그렇게 덜컹거리는 버스에 타서 우리는 이어폰을 끼고 노래를 듣는다. 그래도 좋아하는 노래를 듣고 있으면 기분이 한결 나아지는 것 같기에. 우리는 그렇게 노래로 슬픔과 외로움, 두려움을 잊으려 한다. 아이묭은 비틀즈의 노래를 좋아한다고 인터뷰에서 말한 바 있다. ‘다섯 가지 소리’는 노래를 쓸 당시 비틀즈가 다섯 명인줄 알았던 아이묭의 비틀즈 노래 표현 방식이다. 이제는 자신까지 합쳐서 다섯 명이라 보고 있다는 인터뷰 말도 꽤나 맞는 말이다. 우리는 노래를 들으며 우리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을 테니까.
揺れる揺れる箱の中で
흔들리고 흔들리는 상자 안에서
ギターかかえて イヤフォンをつけて
기타를 껴안고 이어폰을 끼고
涙こらえ聞いていたのは
눈물을 참으며 듣고 있던 건
大好きな五つの音
사랑하는 다섯 가지 소리
生きていたんだよな(살아있던 거겠지)
노래는 읊조리듯이 시작한다. 읊조리는 아이묭의 목소리는 상황을 객관적으로 그리고 있는 그대로 묘사한다. 투신자살한 여학생에 관한 뉴스와 그거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 누가 잘못했는가를 따지며 그 여학생의 죽음은 옆으로 밀려나버린다. “떨어져주세요.”라는 말은 왜 더 사람을 끌어 모아버리는 것일까?
二日前このへんで
이틀 전 이 근처에서
飛び降り自殺した人のニュースが流れてきた
투신 자살한 여자의 뉴스가 흘러나왔다
血まみれセーラー 濡れ衣センコー
피투성이인 교복 누명을 쓴 선생
たちまちここらはネットの餌食
순식간에 이곳은 인터넷의 먹잇감으로
「危ないですから離れてください」
‘위험하니 떨어져주세요’
そのセリフが集合の合図なのにな
라는 대사가 집합을 가리키는 신호인데도
馬鹿騒ぎした奴らが
야단법석을 떨던 녀석들이
アホみたいに撮りまくった
바보처럼 사진을 찍어댔어
읊조림은 자연스럽게 노래로 연결된다. 그리고 아이묭은 죽은 여학생에 주목한다. 그녀가 흘린 피에 슬퍼하고 울어버린다. 여학생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그래서 그녀가 죽게 만든 상황이 무엇인지 전혀 모르는 채 살아가고 있던 한 사람으로서 미안해하고 슬퍼한다. 그리고 아이가 살아있었던 흔적인 피마저 ‘그녀의 고통을 모르고 살고 있던’ 어른들에게 지워져버린 것을 안타깝게 바라본다.
「今ある命を精一杯生きなさい」
지금 이 생을 열심히 살아가라는 건
なんて綺麗事だな。
아름다운 일이지
精一杯勇気を振り絞って彼女は空を飛んだ
힘껏 용기를 내서 그녀는 하늘을 날았어
鳥になって 雲をつかんで
새가 돼 구름을 잡고
風になって 遥遠くへ
바람이 돼 저 먼 곳에
希望を抱いて飛んだ
희망을 안고선 날았어
그리고 아이묭은 그녀의 죽음을 그녀가 낼 수 있었던 최고의 용기이자 그녀 스스로에게 가장 의미 있었던 일일지도 모른다고 희망한다. 죽음마저 의미 없는 일로 치부한다면 그건 너무 잔인한 일 아닐까? 그래서 아이묭은 여학생을 용기를 내서 하늘을 나는 새로 본다. 그리고 아이가 새롭게 시작할 무엇인가는 그녀가 용기를 내어 하늘을 난 덕분에 아름다운 것이 되지 않을까 바란다.
차분한 목소리로 이어지는 아이묭의 목소리이지만 따뜻함이 느껴지는 노래이다.
愛を伝えたいだとか(사랑을 전하고 싶다든가)
남성 화자의 입을 빌어 아이묭은 노래한다. 흔들리는 커튼도 조금 뜬 앞머리도 전부 기분이 좋다고. 하지만 ‘거기에다’를 달고 바로 이어져 나오는 문장은 조금 다르다.
それに割れてしまった目玉焼き
거기에다 깨져버린 달걀 프라이
ついてないなあ
재수 없어
좋은 일들만 있지 않다. 좋지만 동시에 내 운은 따라주지 않는 날도 있는 것이다. 완벽하게 좋은 날도 싫은 날도 없다. 그렇게 하루는,
少し辛くて
조금 맵고
少し酸っぱくて甘ったるかったりさ
조금 시큼하고 달기도 해
하루뿐만 아니라 내 삶도, 내 사랑도 마찬가지이다. 모든 것은 복잡하게 얽혀있고 어렵다. 우리는 사랑을 원하지만 외로움은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사랑과 외로움은 서로 지독히도 얽혀있다. 사랑을 하게 되면 사랑받고 싶다는 생각에 외로워진다. 외로워지면 사랑받고 싶어진다. 외로움은 싫지만 사랑은 하고 싶다. 복잡한 세상이 싫다. 알 수 없는 내 마음도 싫다.
僕は
나는
愛が何だとか言うわけでもないけど
사랑이 무어라고 말할 건 아니지만
ただ切ないと言えば キリがないくらいなんだ
그저 외로워서 끝이 없을 정도야
もう嫌だ
이제 싫어
マリーゴールド(메리골드)
멜로디, 가사, 심지어 뮤직비디오까지. 모든 것이 완벽하다. 아이묭을 오늘날의 자리로 이끈 노래가 바로 이 노래이다.
麦わらの帽子の君が
밀짚모자를 쓴 너는
揺れたマリーゴールドに似てる
흔들리는 메리골드와 닮았어
아이묭의 사랑 노래 중에 하나로 밝은 멜로디와 귀엽고 솔직한 가사가 들어온다. 화자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말하는 상대가 남자인지 여자인지는 모르지만, 밀짚모자를 쓴 ‘너’가 (각주 : 인터뷰에 따르면 밀짚모자를 쓴 여자아이의 뒷모습이 금잔화처럼 보인 것에 영감을 받은 노래라고 한다.) 금잔화를 닮았다니 귀엽고 사랑스럽고 애정 어리다. 사랑은 완벽하지 않고 서툴다. 언어는 마음을 다 담지 못하고 그 표현되지 못한 마음은 어쩔 줄 모른다. 그렇지만 좋다. 그 마음을 표현하려 애쓰고 있는 서로가 좋다.
柔らかな肌を寄せあい
부드러운 피부를 맞대고
少し冷たい空気を2人
조금 차가운 공기를 둘이서
かみしめて歩く今日という日に
느끼며 걷는 오늘에
何と名前をつけようかなんて話して
어떤 이름 붙일까 얘기하면서
ああ アイラブユーの言葉じゃ
아아 아이 러브 유라는 말로는
足りないからとキスして
부족하다며 키스하고
雲がまだ2人の影を残すから
구름이 아직 우리의 그림자를 남겨두니까
いつまでも いつまでも このまま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 이대로
夢追いベンガル(꿈을 좇는 벵골)
학창 시절, 소위 말하는 ‘일진’이 그런 과거는 처음부터 없었던 것 마냥 행복한 삶을 사는 모습을 SNS에서 우연히 보았다. 몇몇은 심지어 연예인이나 SNS 스타가 되기도 하였다. 선과 악의 경계, 세상에서 인생에서 그건 과연 중요한 것일까? 참 얄궂은 세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裏切ったはずのあいつが笑ってて
배신했던 그 녀석이 웃고 있으니까
裏切られた自分がこんなに不幸だ
배신당한 내가 이렇게 불행한 거야
ああ なんて 無様で皮肉なんだ
아, 얼마나 꼴 사나운 모양인가
이런 생각에서 출발한 노래. 타이틀은 아이묭이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andymori의 <ベンガルトラとウィスキ(벵골호랑이와 위스키)>를 오마주했다고 밝혔다. 노래의 구상과는 다르게 활기찬 사운드에 부르다보면 분위기를 띄울 법한 신나는 노래. 노래도 참 얄궂다.
폭발하는 듯한 노래. 열등감이 기저에 깔려있는 가사. 보편적이지만 찝찝한 감정. 인간적이라면 인간적이지만 그 감정은 너무 찝찝하다. 그런 감정을 아이묭은 직설적으로 말해버린다. 자격지심이라 말해도 좋지만 열 받는 것은 열 받는 거잖아?
走る 走る
달려 달려
遠くの方へこの脚振り上げて
저 멀리 이 다리를 들어 올려서
回る 回る
돌아 돌아
目が回るくらい この日々駆け抜けて
눈이 돌 정도로 이 날들을 앞질러 가자
明日になって 朝が来た時
내일이 되어 아침이 왔을 때
見えるものはなんだろう
보이는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그 자격지심으로 열심히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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