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야 행복한 ATM
낭거
프로듀스 101 시즌2를 통해 워너원이 데뷔한 지 벌써 두 달이 넘어간다. 높은 화제성과 인기로 데뷔 직후부터 워너원은 화장품, 의류, 제과 등 수많은 광고의 모델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런 오늘날, 점점 높아만 가는 나의 덕심과 얇아지는 지갑, 비어버린 통장의 상관관계를 살펴보고자 한다. 우선 워너원 때문(혹은 덕분)에 지금까지 내가 구매한 다양한 브랜드들의 제품들을 소개 및 리뷰하고, 그들의 마케팅이 나에게 어떻게 비추어지는지, 그리고 그냥 이에 관련된 여러 잡생각들을 풀어 내보고 싶다.
우선 사고 보자! - 이니스프리
텅-장의 시작은 바로 워너원의 이니스프리 광고에서 시작되었다. 아직 워너원이 데뷔도 하기 전의 첫 광고였는데, 이니스프리 광고 떡밥이 프로듀스 101 마지막 방송이 끝나고 처음으로 풀린 공식적인 떡밥이었다. 팬들이 꿈에 그리던 파스텔톤의 맨투맨을 입은 ‘내새끼’들, 뽀얗고 뽀송뽀송한 스타일링과 갓-벽한 헤어 메이크업까지! 그저 [갓니스프리]를 외치기에 그 어떤 모자람도 없었다. 이니스프리의 마케팅은 앞으로 워너블(워너원 팬덤명)들에게 환멸을 느끼게 할 브로마이드 폭주의 시작이었음을 그때는 알지 못했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어찌 되었든 이니스프리의 브로마이드 증정 행사는 매우매우매우 성공적이었는데, 우선 브로마이드 증정의 기준이 매우 합리적이었기 때문이다! 만원 상당의 제품을 구매하면 브로마이드 한 장. 필요 없는 물건을 강제로 구매해야 하는 것도 아니었고, 필요한 화장품을 구매하는 김에 브로마이드를 얻을 수 있어서 매우 즐거웠다. 또, 브로마이드의 사진 셀렉과 재질까지 굉장히 좋았는데, 광고하는 팩 제품으로 얼굴에 동물 모양을 그리거나 귀여운 문양을 그려 넣어 수많은 워너블들의 심장을 저격하는 센스를 보여주셨다…. 브로마이드의 재질도 너무 얇지 않아 잘 구겨지거나 접히지 않았고, 각 멤버들의 사인이 그려진 지관통까지. 가히 혜자라는 말이 튀어 나오는 증정 행사였다.
그리고 워너원은 이니스프리 광고 모델 장기 계약을 하게 되었고, 팬미팅의 시대가 열렸다. 이니스프리에서 구매하는 상품 3000원 당 1장의 팬미팅 응모권이 부여되었는데, 사실상 다른 이벤트에 비해서 응모권의 가격이 싼 편이라 훨씬 매장을 자주 방문하게 되었다. 워너원에 입덕하기 이전, 필자는 주변에서 나름 알아주는 색조 ‘코덕’이었는데, 단 한 번도 이니스프리의 색조 제품은 구매해 본 적이 없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 처음으로 구매해보았던 미네랄 파운데이션 빼곤! 이제 ‘화해’ 어플과 ‘글로우픽’, 그리고 커뮤니티 뷰티방을 샅샅이 뒤져 이니스프리에서 살만한 것들을 검색한다. 선크림은 벌써 사용하고 있는 것이 세 개나 있지만, 매일 바르는 기초 제품이니 조금 묽으면서 백탁이 적은 무기자차 1를 하나 사고... 엄마가 쿠션 다 썼다고 했으니 쿠션 하나 사 드리고... 요새 피부가 안 좋으니 평이 괜찮은 비자시카밤도 사보자. 그리고 친구가 폼클렌져를 산다고 했으니 내가 대리구매를 하고^^ 팔레트랑 립스틱 세트는 이벤트로 세일 중이니 이걸 구매하는 것은 매우 합리적인 소비이다. 그리고 이제 나도 탱탱한 새내기 피부가 아니니 미리미리 링클케어를 하는 것이 좋겠지... 아이크림도 사자. 이 모든 것은 워너원 팬미팅 때문이 아니라고 생각하였지만 사실 워너원 팬미팅이 걸려있지 않았다면 절대 구매할 일 없었던 제품들이었다.
팬미팅 응모의 마지막 날, 괜스레 응모권 몇 개라도 추가한다면 당첨되지 않으려나 싶은 일말의 기대감 때문에 별 필요도 없는 공병과 기름종이, 압출기 등 다이소에서 충분히 살 수 있는 것들을 긁어 샀다. 그러나 역시, 팬미팅은 내가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고, 40만원 정도를 쓴 나는 내심 슬펐지만 인터넷에서 200만원을 쓴 사람도 떨어졌다는 것을 보니 나는 속상해 할 깜냥도 안 되는구나, 싶어 쉽게 미련을 지워낼 수 있었다. 하지만 막상 팬미팅 사진들과 후기가 올라올 때에는 또, 왜 나는 쌩눈으로 멤버들을 볼 수 없는 것인지 서러워했다.
다른 브랜드에 비해 이니스프리에 지출한 비용이 가장 큰 것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니스프리의 마케 팅(혹은 상술)은 크게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구매하여 사용해 본 제품들의 질이 내가 그 전에 가지고있던 선입견에 비해 좋았고, 이벤트의 경우에도 합리적인 가격선에 팬미팅 행사도 깔끔하고 워너원과 워너원의 팬들까지 잘 챙겨준 것 같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니스프리는 단타 광고가 아니라는 점도 고려하였다.
이제 다른 종목으로 넘어가기에 앞서 개인적으로 마음에 든 제품 몇 개를 추천할 텐데, 바로 파란색 패키징에 들어있는 아쿠아 UV 무기자차! 개인적으로는 유기자차보다 무기자차를 선호하는데, 무기자차를 바르고 그 위에 화장을 하면 화장이 무너질 때 코 옆 부분이 너무 더럽게 무너져서 슬펐다. 그래서 매번 화장을 하는 날에는 어쩔 수 없이 유기자차를 사용했는데, 이 아쿠아 무기자차는 뭉침이 없고 백탁도 정말 없는 편이라 아침에도 빠르게 화장할 수 있어서 좋다. 이건 워너원이 이니스프리 광고 모델이 끝나도 계속 구매할 예정이다 추천추천. 그리고 섀도우 중에 ‘올망졸망 도토리’!!!! 기본템으로 쓸 수 있는 갈색에 골드펄이 들어있는 섀도운데 발림성이 엄청 좋고 밀착력도 좋아서 손이 많이 가는 제품이다. 색조 제품은 정말 기대하지 않았지만 이번에 리뉴얼을 했다고 하는데 정말 괜찮은 것 같다.
너무... 너무 질려요... - 맛있는 유산균 요하이^^
요하이 상자 ( 굉장히 많은 버전 중 하나) : 종이껍데기를 버리지 못하는 병에 걸린 워너블.
개인적으로 광고는 귀엽고 상큼하고 멤버들의 매력이 잘 드러나 있는 것 같아서 매우 흡족했던 제품이다. 그런데 요하이는 해도 해도 너무했다고 해야 할까. 요하이 또한 브로마이드 증정 행사를 기획했는데, 브로마이드의 종류가 단체, 그리고 멤버 당 두 개였나 세 개였나 그랬다. (내가 모은 것은 두 종류밖에 없어서 확실하게 모르겠다, 어찌 되었든 최소 두 개는 확실하다.) 오프라인에서 구매할 수 있는 곳은 롯데마트랑 롯데월드에 있는 스위트월드, 그리고 나머지는 온라인으로 풀렸었다. 처음에는 나도 오프라인을 돌아다니다가 가는 곳마다 번번이 찾기가 힘들어서 온라인으로 시켰는데, 브로마이드가 들어있는 세트의 경우에 그냥 과자 가격보다 비쌌던 것으로 기억한다. 과자 세 박스와 브로마이드 한 장이 들어있었던 것 같은데, 우선 첫 구매는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요하이를 처음 먹어봤었는데, 샌드과자를 좋아하는 사람이면 무난하게 느낄만한 맛이었고, 정말 유산균이 많이 들어있는지 초반에는 화장실도 자주 가게 되었기 때문에 뭔가 기능적으로도 이득이라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롯데제과는 미친 듯한 프로모션을 보여주는데…. 이벤트가 하나 뜰 때마다 정이 떨어지게 되는 반작용이 일어났다. 우선 첫 번째 브로마이드와 달리 전신 브로마이드를 증정하는 것이 두 번째 이벤트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나의 최애 멤버의 브로마이드가 매우 잘 나왔기 때문에 나는 또 즐겁게 요하이를 구매했다. 문제는 이 다음부턴데, 이미 쌓아놓은 요하이가 산더미인데 보틀 증정 이벤트 등등. 이니스프리와는 달리 요하이의 경우 자기들이 구성해놓은 과자 세트를 구매해야 브로마이드를 받을 수 있었고, 똑같은 과자를 몇 박스나 먹고 또 먹다보니 더 이상 먹기도 싫고, 나눠주기에도 민망한 상황이 되어버렸다. 또 보틀 세트는 가격도 비싼 편이었고, 요하이의 상술에 진절머리가 나 버린 나는 어느 순간 요하이 굿즈는 별로 탐나지도 않게 되었다.
한편, 요하이 측에서도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했는데, 카카오톡 이모티콘도 제작했고 팬미팅도 준비했다. 그런데 카카오톡 이모티콘은 사실 디자인이 별로 취향이 아니라 땡기지 않았고 사용도 안 할 것 같아서 다운로드 받지 않았고, 팬미팅은 정말 노골적으로 많이 구매하는 순으로 당첨자를 뽑는다는 공지에 질려 응모할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요하이는 처음에는 강렬하였으나 지금은 지긋지긋해져버린, 그런 제품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수많은 워너블들이 공개방송이나 콘서트, 행사 등에 요하이를 들고 가 서로에게 나눠준다는 이야기도 종종 전해진다. 그래도 생각보다 제품의 인지도 향상과 매출에는 도움이 되었는지, 제과뿐 아니라 롯데 칠성의 요하이 밀키스 광고도 워너원이 촬영하였다. 물론 처음부터 이 제품까지 계약이 되어있었던 것일 수 있겠지만 말이다.
가끔은 패스할 때도 있어야죠 - 아이비클럽, 케이스위스, 더뮤지션
아이비 클럽 화보 : 아이비클럽은 화보도 예뻤지만 워너원이 처음으로 출연한 예능 '해피투게더' 출근 교복을 협찬해주었는데 그 의상이 정말 완벽했다.
몇몇 광고 제품들은 굿즈가 딱히 소장해야겠다는 욕구가 들지 않았거나, 구하러 다니는 것이 너무 민망하거나 번거로워서 포기한 경우가 있다. 전자와 같은 케이스가 케이스위스와 더뮤지션 리듬게임 어플이었고, 후자는 아이비클럽! 사실 의류는 화장품이나 과자류보다는 가격대가 있으면서도 내 체형과 스타일에 부합하지 않으면 덜컥 사기가 쉽지 않은 편이라 더욱 이런 경향을 띠었던 것 같다. 그리고 게임의 경우에는 내가 잘 하는 편이 아니라 관심이 가지 않았다. 계속 지니까 다시 하기도 재미 없고, 다운로드 받아야 구동이 되는 노래가 많아서 한 게임을 할 때마다 계속 용량이 줄어드는 거다. 가뜩이나 덕후의 핸드폰은 늘 오빠(아님)들의 사진으로 가득 차 만성적인 용량 부족에 시달리는데 말이다. 또 각 브랜드 또한 팬 싸인회 및 일일카페 등의 이벤트를 진행했지만 몇 번의 광탈의 경험으로 시도해봤자 안 될 것이라는 패배의식에 잠겨있었기 때문에 신청하지조차 않았다. 이렇게 나의 지갑은 조금이나마 지켜지는 듯이 보였으나, 곧 클린과 씽크네이쳐의 아름다운 상술이 시작되었다.
충성충성^^777 !! - 클린, 씽크네이쳐
사실 클린 향수의 경우 특별한 마케팅을 하지는 않았다. 아주 간단하게, 예쁜 사진으로 인쇄한 브로마이드. 사실 이전 모델인 세븐틴의 경우 포토카드도 증정했다는 것 같은데 그런 굿즈들이 나오지 않아서 서운하기는 하다. 하지만 클린 화보사진 자체가 매우 멤버들의 이미지와 비쥬얼을 한껏 강조해주었기에 충성하고 싶다. 브로마이드의 재질 또한 지금까지의 다양한 브로마이드와는 달리 엄청 빳빳하고 상하지 않는 재질이었다. 무엇보다 향수의 향기 자체가 내 취향이었던 점이 이 제품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게 한 이유이다. 전체적으로 시향을 해 보았었는데 호불호가 갈리는 향은 오이비누 향이 살짝 나는 rain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무난하게 뽀송뽀송한 향이다. 제일 유명하다는 웜코튼 향을 샀는데, 몸이랑 옷에 뿌리니 막 씻고 새 옷을 입은 기분이 드는 상큼한 향이라서 너무 좋았다. 사실 향수가 가격대가 있는 편이라 30ml짜리 제품을 샀는데 좀 더 큰 용량을 샀어도 후회할 것 같지 않다! 그런데 브로마이드 물량이 적게 들어온 편이라 이를 구하러 다니는 게 힘들었다는 것이 여러 워너블들의 반발을 사게 한 요소인 것 같기도 하다. 어찌되었든 나는 마음에 들었고, 지금 롤러볼이나 오프레시 라인 향수를 더 살까 싶은 생각도 있다.
화보도 감동적인 씽크네이처 : 이후 씽크네이처는 팬미팅을 기획하였는데 본인은 40만원 정도를 지출하였으나 200만원을 쓰고도 떨어진 사람들이 많아 크게 '현타'가 오지는 않았다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씽크네이처 제품에 대해서 리뷰해보고자 한다. 씽크네이처는 워너원 멤버 중 강다니엘의 개인광고인데, 천연 샴푸와 바디 제품을 판매한다. 개인적으로 두피 건강이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니라 평소에도 화학 물질이 많이 들지 않은 순한 샴푸를 찾아서 사용해왔는데, 이 브랜드는 다니엘의 광고 소식을 통해 처음 들어보았다. 3종 브로마이드 및 포토엽서 등을 증정한다고 해서 바디제품과 샴푸를 발품을 팔아 구해보았는데, 우선 브로마이드랑 굿즈의 사진과 컨셉이 너무너무너무 좋아서 사진만 보고 있어도 돈이 아깝지 않았다. 샴푸는 화학물질이 들어간 것도 아닌데 향도 괜찮고 머릿결이 보들보들하게 유지가 되어서 정말 괜찮았다. 그래서 처음에는 허브향 하나만 샀다가 샴푸 두 개를 더 사와서 집에 쟁여두었고, 추석 선물로도 주변에 나눠주었다. 개인적으로 이 제품도 광고 덕분에 알게 된 좋은 상품인 것 같아 광고 모델 계약이 끝나도 계속 사용하고 싶다.
중학교 시절 이후, 프로듀스 101를 통해서 다시금 오랜만에 아이돌 덕질을 시작하였는데 전과 다르게 정말 돈을 쓸 일이 많다. 예전에 내가 좋아하던 다른 아이돌 그룹의 앨범에는 포토카드도 없었고, 종류도 단일하여 앨범 한 개를 구매하고, 스트리밍과 콘서트 티켓에 돈을 쓰는 게 고작이었다. 그런데 요즘엔 앨범도 여러 종류로 발매되고, 다양한 광고템과 이벤트에 지출할 금액도 꽤나 부담스럽더라. 뿐만 아니라 프로듀스 101이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내 아이돌이 데뷔했다는 기분 때문인지, 서포트 같은 경우에도 돈을 보태고 싶은 마음이 들어 입금하기도 하였다.
분명히 나는 지금 덕질에 맹렬하게 돈을 쏟아붓고 있다. 가끔은 쑥쑥 줄어가는 계좌 잔액을 보고 멈춰서 생각을 해 보는데, 과연 내가 이후에 지금 나의 소비 상황을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까, 내가 탈덕하고 나면, 혹은 마음이 좀 식게 되었을 때 지금의 내가 이렇게 돈을 펑펑 쓴 게 후회되지는 않을까 하고 말이다. 그러나 내리게 되는 결론은 지금 워너원을 통해서 내가 느끼는 기쁨과 즐거움을 돈으로 환산한다면 지금 지출하고 있는 정도의 금액일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기꺼이 지갑을 열고, 그들을 금전으로써 응원한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내 아이돌이 다른 이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더 많이 사랑받을 수 있기를 바라며 오늘도 나는 돈을 쓴다.
본인이 운영하는 워너원 광고제품 인증용 인스타그램 : 워너원 광고제품이 아니어도 상품평을 업로드하긴 하나 워너원의 지분율이 95%에 육박함.
- 무기자차는 물리적 자외선 차단제를 말한다. 자외선이 피부에 흡수되지 않고 튕겨 나가는 원리로 자외선을 차단하는 선블록 제품이라고 생각하면 됨.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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