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래스카는 안돼요! - 다시 시작된 검정치마의 공백을 맞이하여 되돌아보는 그의 앨범들.

밤톨뿡

 

 2017년 5월 30일, 그 날의 감격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바로 검정치마(본명: 조휴일)의 3집 <Team Baby>가 발매된 날이다. 무려 6년 만의 기다림 끝에 나온 정규앨범이었기에 헤드폰을 쓰고 첫 번째 트랙인 <난 아니에요>를 들으며 눈물을 세 방울 흘렸었다.

  2011년 정규 2집 <Don't you worry baby (I'm only swimming)> 이후 매해 ‘빠르면 올해 안에 앨범이 완성될지도’, ‘올해 여름에는 성실하게 일하겠다.’라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작업물은 내놓지 않아 팬들을 애타게 하다가 2015년 4월 9일, 4년 만에 <Hollywood>라는 싱글앨범을 냈다. 팬들은 어마어마하게 화가 나있었지만 노래가 너무 좋아서 잠시 조용해지는 듯싶었으나.... (각 - 팬들이 얼마나 열이 받아있었는지는 당시 멜론 리뷰창에서 추천을 가장 많이 받은 댓글이 ‘야 이 X 발 새 끼 야 앨범 내라’인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벤트성 싱글 한 장을 뿌려놓고 다시 검정치마는 감감 무소식이었다! 그리고 그 해 11월, ‘올해에도 앨범을 못 내면 망해서 알래스카로 이주하겠다.’라는 말까지 했으나, 정규 앨범은 나오지 않았고 분노한 팬들은 ‘조휴일 빨리 알래스카로 떠나라’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계속해서 보내기 시작했다. 2015년 12월 16일, 조휴일은 이메일 폭탄에 자극(?)을 받았는지 블로그에 게시물을 남긴다. 내용은 아래와 같다.

 

저번 달부터 작업실 구해서 엄청 열심히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매일 새벽 3~4시나 되야 집에 들어가요. 출근 시간이 좀 늦긴 하지만, 그전에도 안 한건 아닌데 여러 가지 사정 때문에 공백이 좀 길었어요. 올해도 거의 다 끝나가고. 아 모르겠다. 새 앨범 정말 좋다고 다시 한 번 강조해도 소용없겠죠. ‘조휴일 빨리 알래스카로 떠나라’ 같은 내용의 이메일을 11월부터 지금까지 몇 통이나 받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중 반은 애증담긴 팬 메일이라 부르기 어려울 정도의 분노가 담겨있더군요. 그 마음 모르는 건 아니지만, 지금 알래스카 날씨가 어떤 줄은 아세요? (중략) 곧 빠른 시일 내에 (wink) 기쁜 소식으로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후략)

 

 그리고 2016년 1월, 13일, 하이그라운드 페이스북에서 ‘알래스카 가시겠다는 조휴일씨를 붙 잡아 저희 하이그라운드 식구로 맞이하게 되었습니다.’라는 글과 함께 검정치마가 하이그라운드 소속이 되었음을 알리고, 검정치마는 그해 1월 29일에 <Everything>, 3월 15일에 <내 고향 서울엔>이라는 싱글앨범을 연달아 낸다. 사실 조휴일은 본인의 입으로 직접 자신은 정규앨범 밖에 사랑하지 못하는 20년대의 purist라고 했으나, 분노한 팬들을 달래려면 싱글이라도 던져주는 것이 그에게도 이로웠다. 그토록 기다리던 정규앨범은 아니지만, 그래도 검정치마의 컴백이 머지않았다는 기대감에 팬들을 들떠있었다. 하지만 조휴일씨는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고 마는데! 하이그라운드 공식 페이스북에 올라온 <알래스카의 눈물: 검정치마> 라는 제목의 동영상은 ‘검정치마 2집이 발매되고 지금까지 올림픽 두 번, 월드컵 한번, 총선 두 번이 지나갔다. (오바마 재임과, 트럼프 당선도 있었다.)’라는 말로 시작하여 올해 발매예정이던 앨범이 내년으로 미루어질 것 같다는 (...) 슬픈 소식을 알린다. 하지만 지금까지 기다린 시간에 비하면 몇 개월은 엄청 짧은 시간이었고, 팬들은 ‘일해라 조휴일!’을 외치며 다시 기다렸다. 그리고 <Team Baby>라는 3집 앨범이 나왔고 팬들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게다가 3집이 총 세 개의 파트로 이루어져있으며, <Team Baby>이후에 나올 노래가 20개 더 남았다는 사실이 팬들을 더욱 기쁘게 했다.

 

 

 

 

 

 

 

 

<알래스카의 눈물 : 검정치마>

 

 

정규 2집 자켓 사진.

 

  이렇게 오랜 시간 팬들을 기다리게 하고 나온 3집 앨범은 어땠을까? 확실히 1집과 2집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정규 1집 <201>이 나왔을 때, 조휴일의 나이는 26살, 한창 혈기왕성한 나이였다. 1번 트랙 <좋아해줘>에서는 너무 당당해서 어이가 없을 정도로 자기에 대한 무조건적인 사랑을 요구한다. (각 - 날 좋아해줘. 아무런 조건 없이 니 엄마 아니면 아빠보다 더), 6번 트랙 <Tangled>에서는 자신을 떠나는 여자친구를 향해 '사랑을 외던 끈적한 입술에 바르던 분홍색 다른 입술로 번지려 하네. X발 나 어떡해.' 라고 찌질하게 욕을 한다.

 이러한 검정치마 특유의 찌질한 감성은 12번 트랙 <Fling; Fig From France>에서 정점을 찍는데, 자신을 가지고 노는 여자에게 그 사실을 알면서도 좋다고 말하고, 밤에 그 여자를 찾아서 헤매기까지 한다. (각 - 날 가지고 노는 걸 알아. 그래서 난 니가 좋아, 푸른 달 아래 널 찾아 헤매.) 3번 트랙 <강아지>에서는 자신은 아직 개 나이로 3살 반이라며 극악무도한 가사로 젊음과 사랑을 노래한다. (각 - 실제로 조휴일은 방송에 이 노래가 나갈 때 일부 가사를 수정해서 불렀다. ‘우리가 알던 여자애는 돈만 쥐어주면 태워주는 차가 됐고 /나는 언제부터인가 개가 되려나봐 손을 댈 수 없게 자꾸 뜨거워 / 반갑다고 흔들어 대는 것이 내 꼬리가 아닌 거 같아 / 사랑은 아래부터 시작해 척추를 타고 올라온거야’ 라는 가사를 ‘우리가 알고 있던 애는 손만 쥐어주면 정말정말 좋아했고 / 나는 언제부터인가 곰이 되려나 봐 손을 델 수 없게 자꾸 뜨거워 / 반갑다고 흔들어 대는 것이 곰이 꼬리가 어디 있나 / 사랑은 발끝부터 시작해 척추를 타고 올라온거야’라는 이상한 내용으로 부른다.) 1집에서 <강아지>와 <tangled>는 다소 외설적인 가사와 욕설로 인해, <I like watching you go>도 ‘어느 아빠나 마음은 똑같겠지만 / 이게 어딜 봐서 비슷한 걸까 / 나는 이마 대신 입에 맞추네’라는 가사가 근친상간을 의미하는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고 결국 이 세 곡 모두 19세 판정을 받는다.

 이렇게 1집에서 검정치마는 20대의 철없고 찌질한 사랑과 그 때의 아련함을 필터링 없이 과감한 언어로 노래했다. 검정치마는 한 인터뷰에서 자신이 부른 <좋아해줘>가 자해공갈 느낌이라고 말했는데, 1집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필자는 1집을 전체 재생한 후에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길 정중앙에서 징이 박힌 라이더 자켓을 입고, 장발을 흔들며 불러야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악을 쓰거나 점프를 하면 더욱 신날 것 같다.)  

 

정규 1집 리패키지 버전 자켓사진

 

 

 

1집 초판본. 중고 시장에서 비싼 가격으로 팔린다.

 

 

 정규 2집 <Don't you worry baby (I'm only swimming)>을 냈을 때 조휴일의 나이는 29살, 거의 서른이었다. 2집의 트랙들을 순서대로 들어보면, 1집에 비해서 전반적인 노래 분위기가 차분해지고 가사도 많이 얌전해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1집에서는 젊은 날의 패기와 철없음을 노래하지만, 2집에서는 좀 더 달콤하게 사랑을 노래한다. 이는 <Ariel>, <젊은 우리 사랑>, <이별노래>, <international love song>에서 잘 드러난다.

 또한 1집에서는 정말 찌질한 사랑을 노래한다면, 2집에서는 성숙한 것 같으면서도 어딘가 장난스럽게 사랑을 노래한다. 대표적으로 <기사도>와 <무임승차>를 꼽을 수 있다. 이러한 약간의 ‘장난기’는 검정치마의 노래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미요소이다.

 한편, <음악하는 여자>는 ‘음악하는 여자는 징그러 시집이나 보면서 뒹굴어 아가씨’라는 가사로 인해 논란이 된다. 팬들은 미술을 하는 아내에게 바치는 곡이라서 음악하는 여자가 싫다고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카더라 통신에 의하면 과거 검정치마의 구성원이었고, 현재는 따로 활동하고 있는 여성 뮤지션인 ‘야광토끼’를 저격한 곡이라고 한다. ( 각 - 실제로 야광토끼는 이 곡이 나온 이후에 <왕자님>이라는 역저격곡을 냈다. 또한 검정치마와 야광토끼가 연인 사이였다는 궁예도 있다.) 이 문제는 공론화되지 않은 채 팬들의 쉴드에 묻혀갔고, 조휴일은 한 인터뷰에서 자신은 떠오르는 대로 노래를 만들고 수정도 잘 하지 않기 때문에 그 부분을 진지하게 누군가를 지목해서 훈수를 두는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각 - 인터뷰 대답 전문: ‘음악하는 여자는 징그러’라는 가사 뒤에는 이런 노랫말도 나오니까 너무 심각하게 생각 안 하는 게 좋을텐데. ‘가삿말에 진심을 담지마’(웃음). 음악 하는 여자들 가운데는 기분 나쁘게 받아들이거나 자기 노래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오버다. 원래 떠오르는 대로 노래를 만들고 수정도 잘 안하는 성격이라 쭉 써내려갔지만 누군가를 지목해서 진지하게 이래라저래라 훈수 두는 노래로는 해석이 안 됐으면 좋겠다. 하지만 실제로 음악하는 여자들에게 매력을 못 느끼는 건 사실이다. 기자님도 글 쓰는 남자 싫지 않나? NBA선수도 WNBA선수랑 서로 안 사귀는 거랑 비슷하다. - W korea 2011.8.25. 인터뷰) 검정치마를 좋아하면서 유일하게 가려운 구석으로 남아있는 부분이다...

 정리하자면, 전체적으로 성숙해졌지만 조금은 장난스러운 2집은 1집처럼 길 중간에서 악을 쓰며 부르는 것이 아니라, 번화가에서 버스킹으로, 노래를 들어주는 관객들과 적당한 장난을 치면서 부르는 느낌이다.

 

  

정규 2집 자켓 사진. 현재 조휴일씨의 부인인 김신혜씨가 작업했다.

 

과거에 키보드를 맡았던 야광토끼

 

 그리고 3집 <Team Baby>, 검정치마는 결혼 후 자식까지 낳은 영향인지 이전의 앨범들과 비교했을 때 더욱 성숙해진 가사로 사랑을 노래한다. 자해 공갈단처럼 사랑을 노래하던 철없고 혈기왕성한 20대는 사라지고, 안정되고 영원한 사랑을 이야기하는 36살의 남자만 남았다. 이 남자는 길고 긴 공백기 동안 어떤 여자의 남편이자 어떤 아이의 아빠가 되었다. 더 이상 찌질하고 장난기 넘치는 사랑노래는 하지 않는다. 진지하고, 진실된 사랑을 노래한다. 실제로 3집이 나오기 전 피키캐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이전 앨범의 과감하고 공격적인 가사들에 대한 질문을 받았는데 조휴일은 이제는 성숙해져서 그런 가사들은 기억이 안 난다며, 그 당시에는 홍대를 자양분 삼지 않고, 한국에 연고가 없어서 표현이 자유로웠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각 - https://r.pikicast.com/s?fr=&t=RALCKGn&m=lk&c=ws&v=sh&cid=on3&i8n=kr)

 <한시 오분>에서는 오래된 연인과의 관계를 ‘같은 템포, 다른 노래’로 비유하고, 매일 다른 이유로 연인을 사랑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Diamond>에서는 세상에서 변하지 않는 것은 다이아몬드와 자신의 사랑이라고 노래하고, <나랑 아니면>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대체 불가능한 존재임을 말한다. 이렇게 로맨틱한 가사들과 검정치마 특유의 나른한 목소리, 그리고 몽환적인 신시사이저 음이 합쳐져서 청자들의 심금을 울린다. 그리고 이러한 사랑노래들을 모두 믹서기에 갈아서 뿅! 하고 만든 것 같은 노래가 있는데, 바로 <Everything>이다. 필자가 생각하는 3집의 베스트 트랙이며 <Antifreeze>를 이어 한국 인디음악 역사에 길이길이 남을 사랑 노래라고 생각한다. 누군가 “검정치마 3집 어때요?” 라는 질문을 하면 “<Everything>을 들어보세요. ^.^”라는 말이면 충분하다. 그가 노래하고자 하는 사랑이 어떤 것인지, 3집의 전체적인 노래분위기가 어떤지 설명할 수 있는 노래다.  

 3집을 들으면 그에게 연애편지를 받는 사람은 얼마나 행복할까? 라는 생각과 동시에 그의 연인이 부러워지기 시작한다. 필자는 이렇게 검정치마의 3집을 들으면서 연애에 대한 모든 로망을 형성했다. ( 각 - TMI: 필자는 조휴일이 결혼한 것을 뒤늦게 알고 눈물을 흘렸다. 그의 연인이 너무 부러워서! 방 커튼도 <Everything> 싱글앨범 커버에 나와 있는 분홍색 커튼으로 하려다가 가족의 만류로 인해 결국 암막커튼을 달았다.) 1,2집과 달리 3집은 더 이상 길에서 부르는 느낌이 아니다. 둘만 있는 방안에서, 연인과 누워 낮은 목소리로 읊조리는 느낌이다. 방 안이 몽환적인 음으로 가득차고, 몸이 젖어들면 나른한 느낌과 함께 마음이 서로를 향한 사랑으로 넘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verything> 싱글 앨범 자켓
3집 컴백 후 홍대 상상마당 공연 모습

 

 조휴일이 나이를 먹어감과 동시에 그가 만드는 음악의 느낌도 달라져왔다. 지금까지 나온 3개의 정규 앨범은 모두 다른 느낌이며 각각의 특징이 있다. 그리고 2집과 3집 사이의 텀이 길었던 만큼, 3집의 음악들은 기존의 검정치마의 음악과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좋다. 그리고 어색하지 않다. 아무리 오래 기다려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에 그의 새로운 앨범을 기다리는 것은 보람도 있고, 일하라고 다그치는 것도 더 이상 괴로운 일이 아니라 팬들 사이에 하나의 재미로 자리잡았다.

 사실 괴로운 일이 아니라는 건 거짓말이다... 팬들은 검정치마의 신보를 항상 기다린다. 마음 같아서는 하루에 노래를 하나씩 내줬으면 좋겠고, 이름은 휴일이지만 휴일 없이 일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하지만  그건 너무 가혹한 일이고 6년의 공백을 겪어봤기에 이제는 조휴일씨가 그냥 일하고 싶을 때 열심히 일해서 좋은 노래를 적당한 시기에 던져준다면 만족할 것 같다. 그리고 기다리는 동안 기존에 냈던 노래들을 복습하는 것도 쏠쏠한 재미다!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는데, 왜 검정치마는 거의 6년의 긴 공백기를 만들면서 팬들의 속을 타게 한 것일까? 본인의 말로는 2집을 내고 새로운 취미를 갖고 싶어서 무턱대고 게임기를 샀는데 게임을 하다보니까 한 달이 두 달이 되고, 두 달이 1년이 되고, 1년이 2년이 되었다고 한다.. 그 이후에는 집에서 영화를 보며 지냈다고. 모든 팬들이 이 말을 듣고 속이 부글부글 거렸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러한 사태를 겪은 후에 그는 앞으로 열심히 일해서 다시는 긴 공백을 가지지 않을 것을 약속한다. (각 -  https://r.pikicast.com/s?fr=&t=RALCKGn&m=lk&c=ws&v=sh&cid=on3&i8n=kr)

 3집 Part 1. <Team Baby> 이후 1년하고 반년 정도가 지난 이 시점에, 검정치마는 인스타그램으로 3집 Part 2.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소식을 간간히 전하고 있지만, 발매일이 언제가 될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조휴일씨, 당신 덕분에 기다림에는 도가 텄습니다. 추워질 때 돌아온다고 했는데 이미 너무너무 춥습니다. 제발 파트 투를 빠른 시일 내에 던져주세요. 앨범 안 내고 알래스카로 떠나면 안 됩니다. 일해라 조휴일!!!

+) 3집 파트 투 <Thirsty>가 2월 말에 발매된다는 소식을 1월 11일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전했다. 일했다 조휴일!!! 꺄!!!!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