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EP PICK
콩브레과자점 - 영원한 이방인(Native Speaker) _ 이창래
헨리 박은 어디의 이름인가? 미국인이지만 그를 완전히 미국인이지 못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Julia를 ‘줄-야’로 정확히 발음하는 그의 언어는 어디의 것인가?
혼란의 시대는 지나가고 있는 것 같다. ‘어디에 속할 것인가’는 역사 속의 질문으로 흘러가고 있다. 하나의 것에 나를 집어넣을 필요가 사라지고 있다. 이제 밀려온 질문은,
무엇이 내게 속할 것인가.
마노
PRS Custom 24-08
기타 여행의 끝! (물론 순도 100% 본인 기준) PRS Guitars의 창립자이자 CEO이자 기타 제작자인 폴 리드 스미스가 1980년대 초부터 연구를 거듭하여 만들어낸 혁신적인 결과물인 408 픽업 시스템을, 1985년 처음 공개된 이래 현재 진행형으로 전설적인 명기 Custom 24에 적용하여 만들어진 지구 최강의 기타! (역시 순도 100% 본인 기준) ‘악기 하나 정도 배워보자’ 하는 생각이 든다면, 이 정도는 질러줘야 하지 않나. (※ 아닙니다.)
… 농담입니다. 하지만! 추천은 진심입니다. ‘여기에서 기타를 추천해도 괜찮을까?’ 싶은 걱정이 앞서기는 하지만, 그래도 ‘여기에서 나만이 추천할 수 있는 무언가(아마도)’를 뽑자면 이것 말고는 없다는 생각에 선정했습니다. PRS Guitars의 Custom 24-08은 2016년에 한정판으로 첫 선을 보였으며, 2018년부터 정식으로 출시되기 시작한 일렉트릭 기타 모델입니다. ‘4개 픽업, 8가지 소리 조합’이라는 뜻을 가진 408 픽업 시스템의 이름에 걸맞게 상당히 다양한 소리를 내주는 악기입니다. 특히 펜더와 깁슨의 장점을 합쳐놓은 듯한 PRS 특유의 하프 톤을 4종류나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은 Custom 24-08의 최고 장점입니다. 다만 존 써나 탐 앤더슨과 같은, 소위 ‘세션 기타’처럼 일렉트릭 기타에서 기대되는 모든 소리를 85% 정도의 유사도로 재현해주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악기 자체의 개성이 상당히 강하면서도 그 범주 안에서 상당한 바리에이션을 확보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비유하자면……. 50가지 종류의 핑크를 섬세하게 구분해서 사용하는 것 같은?
저는 2004년 서태지 7집 《Issue》에 거하게 덕통사고를 당하고서, 그가 레코딩 영상에서 사용하던 검붉은색 PRS Custom 24에 반한 것을 계기로 기타 덕질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맘에 든다 싶은 뮤지션들이 죄다 PRS 유저인 것을 보면서 ‘나도 저 기타를 사용하면 저 소리가 날 거야!’ 하는 근거 없는 망상에 사로잡혀 살다가 결국은 밥을 굶어가며 모은 돈으로 Custom 24를 지르고야 말았습니다. 그 이후 5년째 Custom 24를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만, ‘진짜 좋은데 뭔가 내 취향과 2% 정도 어긋나는 느낌’이 있었는데, 작년 여름에 2년간의 군대월급(+ α)과 등가 교환하여 이 악기를 들이고 나서 그 느낌이 말끔하게 해소되었습니다. 이후 이 악기는 제 메인 기타로 정착했습니다.
레코딩이면 레코딩! 라이브면 라이브! 최고의 연주감과 안정성! 클래식, 재즈, 블루스, 펑크, 록, 메탈, 앰비언트 등 다양한 장르에 대응할 수 있으면서도 본인만의 독특한 세계관을 확립할 수 있는 악기를 찾고 있는 연주자에게 PRS Custom 24-08을 강력히 추천드립니다! 무엇보다……. 너무 예쁘지 않나요?
Steven Wilson의 《Insurgentes》
동시대 프로그레시브 록의 대표 주자인 스티븐 윌슨의 첫 번째 솔로 정규 음반입니다. 2008년에 발매된 음반을 뭐하러 이제야 추천하냐 싶겠지만, 아무리 록의 불모지임을 고려해도 유독 한국에서 인지도가 낮은 스티븐 윌슨을 꼭 소개하고 싶어서 선정했습니다.
보통 ‘스티븐 윌슨’ 하면 2011년 이래 활동을 중단하고 있는 밴드인 ‘포큐파인 트리’를 떠올립니다. 스티븐 윌슨이 수많은 프로젝트를 이끌거나 참여했고, 현재는 솔로 활동에 집중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포큐파인 트리의 작사가 겸 작곡가 겸 프로듀서 겸 보컬리스트 겸 기타리스트 겸 키보디스트 겸…….’으로 소개되는 건 개인적으로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2002년 ≪In Absentia≫에서 포큐파인 트리는 프로그레시브 록, 사이키델릭 팝, 얼터너티브 록이 절묘하게 균형을 이루고 있던 기존의 스타일에 오페스, 메슈가 등의 영향을 받은 메탈을 흡수한 음악을 선보여 평단과 청중 양쪽의 극찬을 받게 됩니다. 이후 ≪Deadwing≫(2005), ≪Fear of a Blank Planet≫(2007), ≪The Incident≫(2009)를 거치면서 포큐파인 트리의 음악은 점점 다크해지고 메탈릭한 색채가 강해지는 경향을 보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포큐파인 트리 활동 중간에 발표된 음반 ≪Insurgentes≫는 상당히 재미있는 음반입니다. 흔히 명반으로 손꼽히는 ≪In Absentia≫가 아직 거칠고 레퍼런스가 되는 장르들이 완전히 화학반응을 일으키지 못한 채로 뒤섞여 있는 느낌이라면, ≪Insurgentes≫는 포큐파인 트리와 비슷한 듯하면서도 다른 색채의 상당히 정제되고 응집된 음악을 들려줍니다. 그렇다고 완료된 실험을 바탕으로 안주하고 있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스티븐 윌슨은 프로그레시브 록과 사이키델릭을 바탕으로 하여, 자신의 또 다른 주특기이지만 포큐파인 트리의 음악에는 제한적으로 도입되었던 앰비언트, 드론 및 소음 음악을 이 음반에서 적극적으로 실험합니다.
개인적으로 ≪Insurgentes≫를 추천하는 또 다른 이유는 제 마음에 드는 소리들로 가득한 음반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기타 소리가 그런데요. 만약 누군가가 ‘당신이 추구하는 기타 소리는 무엇입니까?’라고 묻는다면, 저는 고민 없이 이 음반을 들어보라고 할 겁니다. 각종 공간계 이펙터들을 축축하게 느껴질 정도로 묻혀서 알록달록하면서도 너저분한, 클린 톤과 크런치 톤의 중간 정도의 기타 소리는 정말 황홀할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잔뜩 왜곡되어있는 거칠고 환각적인 느낌의 퍼즈틱한 기타 소리 또한 아주 매력적입니다. 싱글 커트 된 <Harmony Korine>에서 이 두 가지 기타 소리가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 잘 들을 수 있습니다만, 개인적으로 그보다는 여섯 번째 트랙인 <Significant Other>를 꼭 들어보셨으면 합니다.
때로는 아름답고 몽환적으로, 때로는 거칠고 폭발적으로 다가오는 스티븐 윌슨의 숨은 명반 《Insurgentes》, 너무 겁 먹지 말고 차분한 마음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보시길 권합니다!
양장피
LUCKY TAPES-dressing
밴드뮤직의 쫄깃함과 시티팝의 힙함, 알앤비의 달콤함과 제이팝 특유의 감성을 사랑하는 당신을 위한 단 하나의 완벽한 앨범…!이라 말할 수 있다. 2018년 10월 발매한 일본 팝 밴드 LUCKY TAPES의 첫 정규앨범. 힙합까지
밤톨뿡:
-검정치마 <Thirsty> + 영화 <아메리칸 뷰티>
기다리고 기다리던 검정치마의 3집 파트 투가 발매되었습니다 !!!!!! 파트 원 <Team baby>가 ‘사랑’이야기였다면, <Thirsty>는 ‘사람’이야기라고 해요. 처음 쭉 들어보고 1집, 2집, 3집 파트 원의 액기스만 뽑아서 섞어놓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좋아요… 저는 다낭에서 이 앨범을 처음 재생했는데요, 해변을 걸으면서 9번 트랙 ‘하와이 검은 노래’를 들었는데 정말 잘 어울렸어요. 비행기가 뜨는 순간에는 12번 트랙 ‘피와 갈증’을 들었답니다.
2번 트랙의 제목인 ‘Lester burnham’은 영화 <아메리칸 뷰티>의 남자주인공의 이름인데 처음에는 왜 뜬금없이 저 이름이 나오지? 싶었습니다. 근데 앨범 전체를 재생하며 가사를 읽다보니 ‘아…’하게 되더라구요. 앨범 전체를 지배하는 분위기가 <아메리칸 뷰티>와 매우 닮아있어요. <아메리칸 뷰티>를 본 상태에서 <Thirsty>를 들으니, 영화와 음악에서 느낄 수 있는 감상이 더욱 풍성해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참고로 2번트랙은 저의 최애 트랙이기도 해요 >.<
-마카롱_메종 드 조에 (maison de zoe)
한국에서 라뒤레 마카롱을 먹을 수 없어 슬퍼하던 저에게 한줄기 빛이 되어주었습니다. 마카롱은? 메종 드 조에 !!!
레몬밤
레이디스 나잇(Rough Night, 2017)
주인공 제스의 처녀 파티(?)를 위해 마이애미로 놀러간 다섯 명의 친구들이 겪는 길고 긴 하룻밤 이야기. 스칼렛 요한슨의 B급 코미디 도전기. 일단 어이가 없다. 어이 없는데 웃기다. 한국어로 번역 된 제목보다는 원작이 더 잘 어울린다. PC함이라고는 개나 줘버린 미국식 코미디가 궁금하다면 추천! 대학시절 친구였던 주인공들의 다양한 삶과 끈끈한 우정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필자의 최애 캐릭터는 호주에서 온 피파. 가장 웃긴 장면은 영화 속 스페인어.
꼼 다비뛰드(Comme d’habitude)
꼼 다비뛰드의 빵을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아직 인생빵을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다. 빵을 위해 한 시간 이상 웨이팅 할 자신이 있는 자만이 꼼 다비뛰드의 값진 빵들을 먹을 수 있으리라. 잘 만든 빠작한 바게뜨에 신선한 재료들이 함께하는 샌드위치, 퐁신하면서도 버터의 풍미가 살아있는 마들렌, 신들린 맛 밸런스를 자랑하는 타르트 류까지. 이것들을 위해 전국에서 온 빵순이들이 오픈 시간 11시 전부터 길게 늘어선 줄을 형성하는 집. 줄 설 만한 가치가 있는 집.
1시간 줄 서서 산 빵을 10분만에 먹어버리는 데에서 오는 현타 따위 끄떡 없다. 갓 나온 샌드위치를 한 입 베어무는 순간 오는 희열과 환희 때문에 또 다시 1시간 거리의 빵집에 아침부터 찾아가게 될테니. 한 번 들어가면 나도 모르게 빵에 몇 만원을 지르고 나오게 되는 기적같은 경험을 할 수 있는 곳. 필자의 추천 메뉴는 무화과 프로슈토 샌드위치, 피스타치오 타르트(계절 한정), 쑥 캬라멜 마들렌, 휘낭시에 살레.
오버더펜스
더 페이버릿 : 여왕의 여자(The Favourite, 2018)
송곳니(2009), 더 랍스터(2015), 킬링디어(2017)라는 기괴하고 자기 색깔 확실한 필모그래피의 그리스 감독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신작. 전작 킬링디어의 작위적인 느낌에 다소 어색함을 느꼈던 관객들에게 다시한번 신뢰를 품게 하는 작품이다. 주인공들부터 서사까지 온전히 여성들의 영화인데, 미묘하면서 동시에 기괴한 감독의 장기가 완벽하게 녹아들어 있다. 레이첼 와이즈, 엠마 스톤, 올리비아 콜먼 누구하나 뒤지지 않는 배우들의 앙상블은 황홀한 수준이다. 반드시 극장에서 한 큐에 보시길!
nutsGangs
1) Travis Scott _ <Astroworld>
Travis Scott의 <Astroworld>는 작년 한 해 가장 많이 들은 앨범이다. 지금까지도 첫 트랙인 ‘Stargazing’이 시작되면 소름이 돋는다. 정말 다양한 매력의 사운드들이 가득한 이 앨범은 Travis Scott이라는 마에스트로의 지휘로 하나의 정체성을 갖는다. Frank Ocean, James Blake, Stevie Wonder, Drake, Swae Lee, Kid Cudi, The Weeknd, Pharrell Williams, 21savage 등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17명의 개성 강한 아티스트들이 참여하고 있음에도 Travis Scott이 만든 거대한 세계를 벗어나지 않고 탄탄히 조화를 이룬다. 또한. 휴스턴에 있었던 놀이공원의 이름에서 가져온 타이틀답게, 이 앨범은 하나의 롤러코스터로 기획된 듯하다. 트랙과 트랙 사이의 연결이 무척 매끄러워 통일된 무드를 자연스럽게 형성할 뿐만 아니라 한 트랙 내에서도 비트나 사운드의 색채가 예상치 못한 지점에서 바뀌며 기분 좋은 쾌감을 자아낸다. 화려한 피쳐링진을 일부러 표기하지 않은 것도 노래를 듣는 이들에게 어떤 아티스트가, 어느 타이밍에 등장할지 예측 못하게 할 의도였다고 한다.
“Who Put This Shit Together? I’m the Glue!”
이 가사는 Travis Scott이라는 뛰어난 아티스트의 자신감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그의 야심은 (내 기준) 뛰어난 걸작을 탄생시켰다. 난 이 앨범의 모든 트랙을 빠짐없이 사랑한다.
P.S) Travis Scott은 그래미에서 또 한 번 외면당했고 방송에서도 그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전작이 후보 지명조차 받지 못하자 절치부심하여 만들었다는 이 앨범. 그가 너무 안쓰럽지만, 지금의 심정으로 <Astroworld>를 뛰어넘는 더 대단한 음반을 만든다면?!
2) The Athletic
미국 프로스포츠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반드시 추천하고픈 온라인 기반 스포츠 저널리즘 미디어. 이들은 단순히 누가, 몇 분에 득점하여, 어느 팀이 이겼는지만을 늘어놓는 수준 낮은 기사를 거부한다. The Athletic의 목표는 전술에 대한 정밀한 분석, 긴 분량, 독창적인 주제 선정을 포함하는 스포츠 분야의 진정한 저널리즘 구현이다. NHL, NFL, NBA, MLB 각 프로리그에 대한 전국 규모 보도뿐 아니라, 미국과 캐나다의 각 지역, 전 구단에 담당 전문 기자들을 보유하여 수준 높은 기사를 제공한다. 더 나아가 대학 리그(미식축구와 농구), 판타지 스포츠, MLS까지 커버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EPL, La Liga 등 해외 축구까지 그 영역을 넓혔다. 특히 여러 대형 매체 및 지역 신문의 신뢰받는 전문가들을 전국에서 빼앗아 오다시피 하는 공격적인 영역 구축으로 현지에서도 크게 화제가 되었는데, 그만큼 필자들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자신의 관심 리그, 구단을 설정하면 관련 기사들을 편집된 피드에 배열하여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또한, 실시간으로 모든 경기의 스코어 박스를 제공한다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구독료는 일 년에 5만 원 정도이며, 한 달간 무료체험도 가능하다. 독자적인 어플도 보유하고 있어 핸드폰으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가장 좋은 점은 콘텐츠 내에 어떠한 광고도 없다는 사실이다. 오직 깊이 있고 수준 높은 기사만 깔끔한 디자인으로 정돈하여 제공한다. 미국 프로스포츠의 진정한 팬에게 The Athletic은 필수다.
Tip. 무료체험 기간 마지막 날에 구독 취소를 하려고 하면 한 달의 기회를 더 준다!
시몬느
넷플릭스에서 시대물 찾다가 발견한 개꿀잼 시간여행 이야기.. 타임머신 타고 도망간 테러리스트를 잡기 위해서 주인공들이 미국의 과거로 돌아가 세계를 좌우했던 역사적 사건들을 마주하는데 미국 역사 하나도 몰라도 재밌다. 알면 배로 재밌을듯. 프로그래머, 역사학자, 군인이 한 팀이 되어서 시간 여행을 하는데, 얘네들이 과거로 갈 때마다 유명한 인물을 만났을 때 호들갑 떠는게 너무 재밌다. 마치 내가 옛날 세종대왕을 본 느낌?? 그리고 역시나 ‘거대한 음모’ 가 존재하는데 그걸 파헤치면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고, 시간여행물 특성상 시간대가 꼬이면서 재밌는 사건들이 발생하는데 그것도 재밌다. 실수로 바뀐 과거의 사소한 사건이 나중에 엄청난 나비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등..
또 캐릭터 하나하나의 개성이 살아있다. 주인공 3인방 뿐만 아니라 악당과 조력자까지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이다. 무엇보다 주체적 여성 주인공-빌런이 서사를 이끌어 나가는 것도 매력포인트.
지금 마지막화를 아껴보고 있는 중인데 이제 타임리스와 작별을 해야한다는 게 너무 슬퍼지고.. 시즌 3가 왜 캔슬됐는지 모르겠고… 그렇다. 이렇게까지 감정이입하지 않는데 뭔가 벌써 캐릭터와 이야기..고철덩어리같은 타임머신에게도 정이 들었나보다. 시즌은 2까지 있다. (시즌3 취소 말이 됩니까ㅠㅠㅠ엉엉)
시나인
연극 슬립노모어(Sleep No More)
연극 슬립노모어를 추천 하면서도 참 아쉬운 마음이다. 현재로서는 미국 뉴욕과 중국 상해에서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추천하는 이유는 필자가 기묘하고 모호한 존재로 이 공연에 참여하게 되었던 경험에 있다.
이 공연은 셰익스피어의 <맥베스(Macbeth)>를 기반으로 제작되었으며 강렬하고 자극적인 장면이 많아 수위가 높은 편이다.(입장 전 신분증 검사를 하고 있다.) 연극의 무대로 사용되는 5층정도의 호텔 안에 배치된 모든 것(가구부터 작은 소품까지)은 전부 만져볼 수도 앉아볼 수도 심하게는 누워볼 수도 있다. 언제나 무대 밖 존재인 공연의 관람객과는 다른 신분이 되는 것이다. 그렇게 자유로운 상태로 호텔 곳곳을 샅샅이 살펴보게 된다. 다만 사진 속 가면을 쓰고 말을 걸수도 대답을 할수도 없다는 제약을 받게 된다. 그러다 가면을 쓰지 않은 배우를 갑자기 만나게 되면 그의 퍼포먼스를 아주 가까이서 보면 되는 것이다. 대부분 무언극으로 진행되며 그나마 하는 대화도 음성을 내는 수준이다. 연극이 꽤나 진행되기 이전에는 자신이 만나게 된 배우가 주연일지 조연일지는 알 수 없다.(굳이 알고자 한다면 보기 전에 인터넷을 통해 알아 볼 수는 있지만.) 운이 좋다면 그들의 퍼포먼스에 도움을 줄 수도, 속삭임을 들어볼 수도 있다.(필자는 한 배우의 도움으로 하이라이트 부분을 수많은 인파를 지나 맨앞에서 볼 수 있었다!)
‘공연이 개인마다 모두 다르다!’ 보게 되는 공간, 공연의 순서, 보게 되는 배우, 장면 모두 그 개인의 선택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 점이 정말 매력적이다. 하지만 또 이 특징 때문에 어렵게 혹은 불편하게 느끼는 사람들도 많다. 떠먹여주는 식의 공연이 아니기 때문에 직접 뛰어다니며(말 그대로 달린다.) 직접 겪어내야 한다. 만약 동행이 있다면 공연 이후 무엇을 보았는지 대화한다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도 있을 것이다.(공유하는 것들보다 서로 겪어보지 못한 것들이 훨씬 많을 것이다.)
더 이상의 정보 전달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이만하려 한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일 것이라고 장담한다. 공연의 많은 부분에 참여하지만 또 이방인이 되는 이상하고 독특하고 강렬한 경험을 주는 연극. 몇번을 보아도 똑같지 않을 연극. 혹시 뉴욕이나 상해 여행을 떠나신다면 꼭 보시길 추천한다.
-필자의 한줄평 : 이렇게나 불친절하고 친절하다니!
달
마영신. <아티스트>
순수문학을 고집하다 부모와 의절하고 번번한 작품 한 번 내지 못해 무농약 현미로 끼니를 때우는 소설가 신득녕(44세. 미혼.). 진정한 예술이 무엇인지 허장성세 부리며 강의를 하지만 실상 머릿속엔 여자랑 섹스할 생각밖에 없는 화가 곽경수(46세. 이혼.). 개나 소나 싱어송라이터가 된다고 욕하지만 실제로 자기 안엔 열등감밖에 없는 뮤지션 천종섭(42세. 미혼.).
나이 마흔이 넘은 셋은 곽경수의 작업실에 모인다. 어쭙잖은 안주와 함께 종이컵에 술을 따라 마시며 시답지도 않은 얘기를 하다 어느 누가 여자를 몇 명 부르면 찌질하게 수컷 기싸움을 한다. 예술. 그 단어 누가 고귀하다 했는가. 마영신 작가가 실제로 겪어본 진상들의 엑기스만을 모아놓은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극도의 리얼리티를 자랑하는 <아티스트>는 대한민국의 예술계의 비릿한 면모를 낱낱이 파헤친다.
2. 김인태. <식스틴>
- 나는 차가운 당신에게 무척 의지했고, 그런 당신은 나를 야멸차게 배신했다. 기억이 희미해지고 새로운 사람이 되어 이제는 다 극복했다 싶었을 때, 나와 함께했던 기억을 모조리 잃어버린 당신이 순진한 모습으로 내 앞에 문득 나타났다. 내가 느꼈던 고통, 당신에게 되돌려주겠다는 복수심이 끓어오른다. 하지만 도대체 왜, 당신은 그래야만 했는가. 당신을 이해할 수 없는 나를 견딜 수 없다. 이해하고 싶다. 그래야만 직성이 풀릴 것 같다. 아니, 이건 아직도 당신을 사랑한다는 증거일까. 어지러운 마음을 수습할 수 없다.
- 이십 대 중반의 나이에 나는 내가 사랑하지 않는 남자의 아이를 낳은 싱글 맘이 됐다. 견딜 수 없는 외상은 내 어린 시절의 기억을 모조리 지워버렸고 사람들은 내게 오해의 딱지를 붙여댄다. 상관없다. 내 딸이 이런 일을 모두 잊고 잘 자라줄 수만 있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나는 우뚝 서 이 세상을 견딜 수 있다. 하지만 아이에 대한 사랑이 문득 의무로 느껴질 때 무한한 고독감을 절감한다.
<식스틴>은 서른 근처 남녀의, 그러니까 어른들의 사랑 이야기다. 하지만 당신이 그 나이를 겪어봤다면, 혹은 그에 가까워진다고 느낀다면 알 것이다. 서른이라는 나이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어설프게 배운 예의 아래 꿈틀거리는 감정의 선들을 이다지도 잘 그려낸 웹툰은 <식스틴>외에 아직 본 적 없다. 5화 정도만 꾹 참고 보시길. 확신하건대, 당신은 이들이 만들어내는 감정의 파도 속에서 함께 이리저리 표류하고 있을 것이다.
뜸부기
코코(Coco, 2017)
한국에 설날이 있다면 멕시코에는 'Dia de Muerto', 죽음의 날이 있어요. 1년에 한번 조상을 기리는 날이에요. 제단에 살아생전 사진을 놓고 기립니다.
신발 공장 가업을 4대째 잇고 있는 미구엘의 가족은 음악이라곤 질색팔색하는데요. 음악을 하겠다며 집을 내다버린 고조할아버지 때문에 그렇습니다.
소년 미구엘은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음악가가 되고자 저승의 고조할아버지를 찾아나섭니다.
저는 설날 TV 특선 영화가 눈에 차지 않아서 IPTV를 결제했어요. 그런데 어머니, 할머니가 함께 보시고는 동네에 소문이 났어요. 저한테 그 만화영화 제목이 뭐냐고 연락이 오더라구요.
아버지를 찾아 떠나는 여정, 삶과 죽음에 대한 고찰, 가족의 우애라는 주제는 만국공통인가봐요.
애니메이션이 갖는 장벽을 깨고 전 세대 전 문화가 고개를 끄덕일만 해요.
영화 전반에 가득한 멕시코적 모티프 또한 시청자의 눈을 즐겁게 합니다.
왕수박
애플뮤직
평생 멜론 외길만 걸어온 나에게 최근 가장 큰 변화를 가져다준 음악 플랫폼이다. VPN 우회 등으로 스포티파이를 이미 사용하고 있던 사람들이 보기에는 무슨 애플뮤직이냐, 하겠지만. 애플뮤직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이 플레이리스트에 있다. 원하는 장르, 무드, 상황에 따른 추천곡 리스트가 엄청나게 많은 데다, 매주 업데이트까지 된다! 데이터베이스 자체는 멜론에 비해 많이 부족한 편이지만, 이 플레이 리스트를 활용하면 언제나 내가 원하는 스타일 혹은 느낌의 음악을 랜덤으로 추천받을 수 있다. 심지어는 내가 자주 듣던 음악을 기반으로 계속해서 새로운 플레이 리스트를 만들어주기도 한다. 멜론 차트에 염증을 느꼈거나, 숨겨진 노래들을 찾는 재미로 음악을 듣는 사람들은 한 번 쯤 꼭 이용해 볼만 하다. 심지어 첫 3개월은 무료. 물론 필자는 유료 회원으로 남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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