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 번 그 자리에: 신혜성 Weekly Concert “Serenity”

 


레몬밤

 



 

내가 안 간 콘서트는 항상 역대급.”

 


 모든 덕후들이라면 이 말에 공감하겠지. 특히나 내게 이 말은 2016년 초 신혜성 콘서트 “Weekly Delight”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나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한 달간 8회차나 진행되었던 이 콘서트와 20175월 진행된 신혜성 솔로 데뷔 12주년 팬미팅 모두를 가지 못했고, 역시나 내가 가지 않은 콘서트에서 신혜성은 온갖 레전드란 레전드는 다 찍으며 팬들에게 기쁨을 선사했다.


 덕후들에게 역대급이나 레전드란 표현의 의미는 여러가지다. 잘 부르지 않거나 한 번도 부른 적 없던 노래가 세트리스트에 들어가는 것도, 원래 싫어하던 짓을 예컨대 분홍색은 절대 싫다던 사람이 공연에서 분홍색 수트나 스웨터를 입는 것- 팬들을 위해 하는 것도, 게스트나 밴드 멤버, 엠씨 등과의 합이 잘 맞아 즉흥적으로 생겨나는 재미있는 (소위 씹덕 터지는) 에피소드도 모두 다 역대급이 될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공연에 간 팬들에게는 역대급이 되며, 그 공연에 못 간(혹은 드문 경우로 안 간) 덕후들에게는 이 몸이 죽고 죽어 일 백 번 고쳐 죽고 싶은 사유가 된다.


 그래서 이 포스터를 봤을 때 나는 소리를 지를 수밖에 없었다. 그냥 콘서트도 좋은데, 앞으로 다시 하기는 할까 싶던 위클리 콘서트를, 그것도 신보 발매와 함께 한다니! 내 이 공연은 필히 가리라. 이 공지가 뜬 것이 7월 중순 즈음이었는데 이미 내 다이어리 9월란에는 신혜성 컴백. 위클리 콘서트.’ 라는 글씨가 대문짝만하게 적혀 있었고 내 손은 드릉드릉 티켓팅 준비를 하고 있었다.



신혜성 위클리 콘서트 포스터 (사진제공: 라이브웍스 컴퍼니)





 솔로 3집부터 신혜성은 본격적으로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시도하기 시작했고, 그 중 8할을 차지하는 것은 모던 록이었다. 당시 신혜성의 발라드를 좋아하던 나는 그의 모던 록으로의 일탈이 한 켠으로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의 모던 록이 싫었던 것은 아니다. 밴드 아이엠낫(당시 메이트)의 임헌일이 전곡 작사 작곡 및 프로듀싱을 맡아 발매한 스페셜 앨범 <Embrace>는 모던 록 계열의 음악만이 수록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명작으로 꼽는 앨범이니까. 다만 일종의 관성이랄까. 신혜성의 발라드가 고팠을 뿐. 새로운 것에 적응할 시간도 필요했고.


 어쩌면 신혜성의 신보 발매 주기가 짧았다면 나의 투정도 없었을 지 모른다. 워낙 신보 발매 주기가 길었으니 기다리고 기다리다 나온 앨범에 내가 기대하는 정통 발라드가 없었을 때의 아쉬움이란 더 큰 법이다. 그러다 앨범을 내는 주기마저 길어지니 나의 바람은 힙합을 해도 좋으니 새 앨범을 내달라!’로 바뀌어 버렸지만.




신혜성 스페셜 앨범 <Serenity> 컨셉포토. (사진제공: 라이브웍스 컴퍼니)

 


긴 공백을 깨고 2016년 발매한 <Delight>에서 나의 예상을 한 번 깬 신혜성은 그렇게 올 9, <Serenity>에 정통 발라드 6곡을 차곡차곡 담아 선보였다. 타이틀곡 그 자리에는 역시나 그는 나와는 다른 귀를 가졌구나 생각하게 하는 곡이지만, 콘서트에 다녀 온 이후 왜 이 곡을 타이틀 곡으로 정했는지 어렴풋이 이해했다. 앨범을 기다릴 때만 해도 이렇게 사설만 한 장 가득 채워가며 정식으로후기를 쓸 줄은 몰랐지. 앨범 리뷰를 쓸지 콘서트 리뷰를 쓸지 고민 참 많이 했다. 앨범에 대해 하고 싶은 말도 많으니까.


 어쨌거나 거지 같은 일상 생활을 콘서트 하나만 보며 버텨온 나는 916일과 101, 각각 3회차와 8회차 공연에 가게 되었다. 3회차 공연에서는 뒷자리 외국인 관객이 관람을 방해하기도 했고, 여러모로 집중이 잘 안 되었던 터라 할 말이 그리 많지는 않다. 공연은 역시 막공이라 했던가. 마지막 공연에서는 간만에 입덕할 당시의 설렘과 오래 좋아한 가수에 대한 애틋함을 동시에 느꼈다. 그러므로 이번 후기는101일 마지막 공연 위주의 후기이다. 3회차 공연은 간간이 조미료로 쓰였다.

 


개개인의 예술 경험은 말로 표현되는 순간 언어라는 체계에 구속되어 일반적인 의미로 환원되어 버리고 고유성을 잃는다. 게다가 내게는 아쉬운 것을 표현하는 언어와는 달리 좋았다는 표현을 할 수 있는 언어가 부족하다. 그러니 콘서트에서 느꼈던 좋은 감정을 온전히 전달할 수는 없겠지만 최대한 충실히 감정의 흔적을 따라가 보고자 한다. 평정심과 덕심 사이의 균형 잡기에 실패하여 오락가락하는 문체는 덤. 최고의 무대 세 개는 별도로 표시해 두었다. 설명은 세트리스트 순.

 


 블루스퀘어 삼성카드 홀의 좁은 로비를 가득 채운 화환들, 앨범 판매대, 굿즈 판매대 그리고 작게 마련된 포토존. 익숙한 배치들. 건물 밖에 큼지막하게 걸린 진한 파랑의 현수막. 콘서트를 보러 삼성카드 홀에 한두 번 온 게 아닌데 올 때마다 새로운 설렘이 나를 반긴다. 가장 최근에 삼성카드 홀에서 봤던 다른 가수의 콘서트는 좌석이 너무 좁아서 가만히 앉아있는 데도 옆 관객과 서로 민망해한 기억이 있기에 입장 전에 긴장을 좀 했다. 콘서트에서 분명 뛰라고 할 텐데, 좌석이 지난 번처럼 좁으면 어쩌지. 다행히도 이번 좌석은 그 때와 다르게 넉넉했다. 이번 앨범이 가을과도 찰떡같이 맞는 예쁜 컨셉이라 공연 시작 전 화면도 차분하고 깔끔하니 마음에 들었다.


 공연은 밴드의 ‘I luv you’ 연주에 맞춰 흘러나오는 시 영상으로 시작했다. 3회차에는 나태주 시인의 너를 두고’, 8회차에는 이수동 시인의 동행이 콘서트의 처음을 장식했다. 노래와 시가 끝나면 무대 뒤에서 신혜성이 우리가 처음 만난 날을 부르며 등장한다. 그렇게 두 시간 반 가량의 꿈 같은 공연이 시작되었다.


 

콘서트 시작 전을 장식하는 이미지. (사진제공: 라이브웍스 컴퍼니)



내겐 꿈 같은 하루

 코러스 황정미 씨와 함께 부른 <Embrace> 수록곡. 원곡에서는 박지윤 씨와 듀엣을 했다. 원래 좋아하는 곡인데다가 두 사람의 목소리 합도 좋았고 예상치 못하게 듀엣 곡을 해준 것도 만족스러웠다. 가장 최근에 들은 듀엣곡이 2011년 연말 콘서트에서 코러스 천단비 씨와 함께 했던 사랑하기 좋은 날이었으니 이런 무대가 더 반가울 수 밖에.

 

Take me to your heart

 전주 듣자마자 눈이 휘둥그레진 곡. 덴마크의 소프트 록 밴드MLTR(Michael Learns To Rock)과 함께 한, 이 추억 속에 담겨있던 곡을 라이브로 들을 줄이야! 3회차 공연에서는 전곡을 영어로 불렀고 마지막 공연에서는 MLTR과 함께 부른 버전처럼 1절은 한국어, 2절은 영어로 불렀다. 개인적으로 1절에서 2절로 넘어갈 때 언어가 바뀌면서 곡의 분위기도 함께 전환되는 느낌을 좋아하기 때문에 101일자 버전이 더 마음에 들었다. 신혜성이 부른 모든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희귀(?)한 라이브는 언제나 환영이다.



 

Serenity 8회차 공연 中 불면증-다른 사람 사랑하지마 직캠 (ⓒ 셩공시대)


고의 무대 #1. 불면증-다른 사람 사랑하지마

 언젠가는 신혜성과 작곡가 조합에 대한 글을 쓰리라 다짐한 것만 몇 년 째인가. 숨죽인 듯한 공연장에서 신혜성은 자신과 최고의 조합을 보이는 작곡가 임헌일과 박창현의 곡을 각각 연속으로 선보였다. 두 곡에서 공연장을 채우는 것은 오로지 피아노 한 대와 신혜성의 목소리뿐. 신혜성이 물만 마셔도 공연장 지붕을 날릴 듯한 함성을 보내주던 관객들은 이 시간 동안 숨을 죽인다.

미니멀한 악기 편성은 역설적으로 신혜성의 목소리에 더 큰 감성을 보탠다. 이 무대를 통해 그는 신혜성은 풍부한 소리를 가진 큰 스케일의 발라드만 어울린다는 주장을 가볍게 반박한다. 날카롭게 고음을 지르지 않아도, 화려한 코러스와 현악이 뒷받침하지 않아도, 신혜성의 목소리는 힘을 갖는다. 신혜성은 목소리만 지문이 아니다. 이 순간은 그의 숨소리도 지문이다. 자신이 가진 특징을 탁월하게 사용할 줄 아는 그는 고요한 공연장에 모든 소리를 하나하나 아로새긴다.

 

덕후를 위한 코너, 싱송생송

 이번 위클리 콘서트에서는 공연 시작 30분 전까지 팬들에게 포스트잇으로 추천곡들을 응모 받아 공연에서 신혜성이 즉흥적으로 고른 곡들을 노래방 반주로 불러주는 코너가 있었다. 이름하여 싱송생송. 꽤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 짧은 시간 안에 다양한 노래를 들려줄 수 있으니까. 나는 신혜성이 다른 가수의 노래를 부르는 것도 좋지만, 너무 많이 부르는 건 싫다. 본인 곡과 커버곡의 비율이 거의 11이 되도록 구성되어 있던 2013년 연말콘서트의 세트리스트에 적지 않게 실망했던 기억이 있기에 이런 코너에서 짧게 짧게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많은 커버곡을 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했다.


Serenity 8회차 공연 中 싱송생송 코너에서 아기상어를 부르는 신혜성.

포스팅할 생각이 없었는데 소속사에서 공식 영상을 올려준 기념으로 올려본다. (ⓒ LIVEWORKS COMPANY)


게다가 거의 재롱잔치 수준으로 별별 노래를 다 불러줘서 덕후들은 마음속으로 아파트를 뽑고 우주를 부셨다. 특히 마지막 공연에서 신혜성의 씹덕터짐은 최고치에 달했다. 그는 빨간색과 흰색 줄무늬로 된 오버핏 니트를 입고 나와서는 팬들과 함께 쿨의 애상을 부르고, 부끄러워하며 Tell Me 춤을 추고[각주:1], 어제 팬들을 위해 연습했다며 춤을 추면서 전진의 WA를 부르고, 밴드 마스터 장지원 씨와 듀엣 곡을 두 곡이나 불렀다. 그리고 팬들의 성화에 못 이기는 척 상어 가족이라는 동요도 불렀다. 다 부르고 민망한지 계단에 쭈그려 앉아 있는 것을 보고 내 주위에서는 귀여워!! 어떡해!!’ 등의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무엇을 부를지를 가지고 팬들과 티격태격하고, 노래방 리모콘 조작을 못해서 당황하거나 혼자 즐거워하는 모습은 덕후들을 사망시키기에 충분했다. 그 외에 다른 회차 공연에서는 Tears, 해결사, 위아래, 성인식, 니가 밉다, 응급실 등을 불렀다고.



열창하는 신혜성 (사진제공: 라이브웍스 컴퍼니)



 최고의 무대 #2. 머물러줘 

 스페셜 앨범 <Serenity>에서 가장 먼저 귀에 들어온 것이 빗소리에였다면, 콘서트 이후 차애에서 최애로 등극한 노래는 머물러줘이다. 신혜성과 임헌일의 조합은 항상 옳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보여준 노래. 다만 그동안의 작업물들이 임헌일 스타일의 곡에 신혜성의 목소리가 얹어진 느낌이었다면 이번 노래에서는 신혜성 목소리 속에 임헌일의 곡이 들어간 느낌이다. 지난 작업들에서는 곡을 듣자마자 임헌일이라는 느낌을 캐치할 수 있었다면 이번 곡은 작곡가가 임헌일이라는 걸 알고 나서야 비로소 곡에서 그의 특징을 찾을 수 있었다고 하면 충분히 설명이 되려나.

 줄곧 담담한 척하다 끝내 참지 못하고 무너져버리는 임헌일 곡 특유의 감정선은 신혜성의 목소리를 만나 호소력을 갖는다. 날 혼자 두지 말아 달라며, 조금만 머물러 날 사랑해 달라는 노래는 콘서트의 컨셉 Serenity에 맞게 잔잔하게, 하지만 잔잔하지 않게 콘서트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곡 후반에 더해진 약 10마디 가량의 반주를 묵묵히 기다린 관객들의 박수가 쏟아지고 나서야 나도 (어쩌면 신혜성도) 마지막 숨을 내쉴 수 있었다. 그리고 한동안 노래가 주는 아릿함이 가슴에서 떠나지 않는다.

 

 최고의 무대 #3. 로코드라마

 이번에 비트감 있게 편곡을 참 잘했다. 춤 없이 그냥 서서 불러도 지루하지 않고 퍼커션 덕에 가볍게 리듬을 타며 즐길 수 있는 편곡. 브릿지와 후렴구 사이에 새로이 삽입된 피아노가 마지막까지 세련된 느낌을 살려주었다.


Serenity 8회차 공연 中 로코드라마 직캠 (ⓒ 슈똘)


  춤 없이 관객들의 응원법과 함께한 노래인데, 여러모로 도란도란한 느낌을 받았다. 특히 마지막 공연에서 팬들의 함성을 더 들으려는 듯 사랑이란 건이란 가사를 반복하며 마이크를 넘기는 신혜성과 더 크게 응원 구호를 외치는 관객들의 모습이 흐뭇했다. 오히려 춤 없이 노래만 들으니 첫 번째 벌스의 리듬감을 더 느낄 수 있었기도 하고. 첫 번째 앵콜 곡이었는데 나머지 앵콜 곡이 가기 전에 죽어라 놀고 가자!!!!”라는 느낌이라면 이 곡은 웃으며 재밌었어. 다음에 또 만나!” 하는 느낌. 줄곧 노래 제목이 촌스럽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무대는 곡명에 걸맞은 분위기를 연출해줘서 처음으로 제목에 좋은 감정을(?) 갖게 되었다.

 

Welcome

 무려 마지막 공연에서만 해준 신화의 10<The Return>수록곡 ‘Welcome’ 편곡 버전. 마지막이니 아쉽다고 제대로 놀고 가자며 곡 제목도 알려주지 않고 전주가 나왔는데, “Welcome to me”라는 가사가 나오자마자 공연장 이름이 삼성카드 홀 대신 싱크홀로 변할 뻔했다.

 신혜성은 싱글즈 10월 호 인터뷰에서 신화의 신혜성과 가수 신혜성의 정체성을 모두 지키고 싶다고 했다. 아마 이 앵콜곡이 그의 이러한 생각을 가장 잘 반영한 무대가 아니었을까. 익숙하게 노래를 따라 부르는 관객들은 그의 팬 중 대부분이 신화의 팬이라는 걸 증명한다. 신혜성은 자신의 노래로 두 시간을 가득 채워 노래한 솔로 가수이자 신화의 메인보컬이다.

 



 끝으로 피할 수 없는, 안 좋은 이야기를 굳이 꺼내고자 한다. 먼저 조명과 영상이 너무 구렸다. 신혜성과 오래 일한 공연 관계자들이 그에게 최적의 공연을 만들어주려 노력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각주:2] 가끔 진짜 노력하는지 의심스럽다. 조용한 곡에 전혀 맞지 않는 분홍색 조명을 뜬금없이 쓰는 것, 촌스러운 글씨체 (a파도소리체 실화냐)로 노래 가사 타이포 영상을 내보내는 것 등은 제발 개선이 되었으면 좋겠다. 가수가 영상이나 조명까지 신경 쓸 수는 없지 않나. 좋았던 영상은 ‘Stay’에서 나온 우주 배경뿐이다.


리허설 중인 신혜성. 분홍 조명 실화냐. (사진제공: 라이브웍스 컴퍼니)


 두 번째로는 사골 세트리스트이다. 신나는 무대를 위해 준비한 것은 알겠지만 최근 공연에서 거의 빠짐없이 등장했던 곡들 몇 개(‘Special Love’, ‘별을 따다)는 잠시만 미뤄뒀으면 한다. 이번 위클리 콘서트는 8주간 세트리스트에 큰 변화가 없었는데(마지막 공연에서 같은 생각대신 ‘Love Letter’를 해준 것 정도?), 두 곡 정도 더 변화를 줬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예뻐’, ‘Island’, ‘눈물이 글썽’, ‘Don’t’, ‘생각보다 생각나’, ‘사랑사랑’, ‘혼잣말’, ‘’, ‘후에등등[각주:3] 신선함을 줄 신혜성의 노래들이 아직 한가득이다. 신보 발매 후 선보인 콘서트였으니 신보의 수록곡들을 (특히 빗소리에라든가, ‘빗소리에라든가, ‘빗소리에라든가) 더 해줬어도 좋았을 텐데.



 8회차 공연에서 신혜성은 마지막이란 단어가 나올 때마다 팬들에게 아쉬운 소리 대신 함성을 보내달라고 말했다. 마지막 공연이라고 우울해하지 말고 더 신나게 끝내자고. 기나긴 콘서트의 끝에 가장 허전하고 아쉬운 것은 가수 본인이지 않겠는가. 팬들은 그의 맘을 알아주기라도 하는 듯 아쉬운 만큼 더 큰 함성을 보냈다. 공연 막바지에 팬들에게 참아왔던 아쉬운 소리를 마음껏 내뱉을 시간을 주자 쉬지 않고 를 외치는 팬들을 보며 그는 아쉬웠구나! 이렇게 하고 싶은 데 내가 못하게 했구나!”라고 말했다. 마지막 공연 내내 팬들은 신혜성을, 신혜성은 팬들을 아끼는 마음이 뚝뚝 묻어났다.


 공연이 끝난 뒤 신혜성은 밴드와 인사를 하고는 잠시 무대에 남아 조곤조곤 이야기를 시작했다. 자신이 공연 전마다 얼마나 긴장과 걱정을 하는지. 사고 없이 공연이 끝난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관객에 대한 고마움과 앞으로 가수로서의 각오들을 전했다. 공연형 가수를 꿈꾸는 신혜성은 좋은 공연을 만들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과 고민을 8회차 공연이 무사히 끝나고 나서야 비로소 내려 둘 수 있었을 것이다.


 

마지막 공연 후 팬들에게 인사를 전하는 신혜성 


  신혜성은 20년차 가수다. 그만큼 그는 노련하다. 그의 곁에는 오랜 시간 함께한 밴드와 공연 스텝, 팬들이 있다. 언젠가부터 팬 사랑을 표현하는 것에 익숙해진 그는 여러분도 즐거워야 하지만 저도 즐거워야 해요라며 팬들의 요구에 선을 긋는 척하지만 이내 못 이기는 척, “누구를 위한 것이냐”, “부끄러워서 살 수가 없다는 웃음 섞인 투정과 함께 팬들이 원하는 것을 내어준다. 첫 솔로 콘서트에서 안절부절못하던 그는 이젠 (여전히 긴장을 많이 한다고는 하지만) 능숙하게 공연 중간중간 팬들과 소통하며 편안함을 준다. 그렇지만 그는 계속해서 발전하기 위해 노력한다. 공연을 수도 없이 했는데도 끊임없이 긴장하고, 팬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최대한 피드백한다. 모든 팬들의 욕구를 완벽하게 만족시킬 수는 없겠지만 어떻게 하면 더 나은 공연을 할 수 있을까 방법을 모색한다. 그런 신혜성을 바라보는 팬들은 늘 그 자리에있다. 마지막 공연에서 이벤트로 준비했던 플랜카드의 글귀 언제나 머무를게 그 자리에처럼.


마지막 공연에서 팬들이 신혜성을 위해 준비한 이벤트용 플랜카드.

신혜성은 곡이 끝난 이후에도 조명이 꺼지지 않자 당황했고, 조명 감독님이 실수를 하신 줄 알았다고.


 신혜성은 공연도 노래도 잘하는 가수다. 끊임없이 음악에 대해 고민하고, 새 노래를 선보이는 것이 설레는 가수다. 좋아하고 잘 하는 노래를 하는 것이 가장 행복한 가수다. 앞으로도 그가 공연장이라는 그 자리에 자주 서기를 바란다. 그의 음악을 알아주는 사람들이 더 많이 그 자리에 함께하기를 바란다. 공연에 대한 그의 고민이 계속되기를 바란다. 그의 음악이 늘 우리 가까이 머물기를 바란다. 그러나 그의 음악만큼은 그 자리에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이 발전하기를 바란다. “신혜성이 공연한다고? 가봐야겠네.”라는 말이 나올 수 있는 가수가 되고 싶다는 그의 말처럼, 그가 늘 공연으로 사람들을 매료할 수 있는 가수이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힘든 하루의 끝에 그의 음악이 있다면, 그 얼마나 큰 위로인가. 연말 콘서트로 다시 한 번 그 자리에 설 그를 응원한다.

 


+

 진지하게 후기를 쓴 덕분에 721197번 가량 덕통사고를 당하고 재입덕을 하게 되었다. 폭발하는 신혜성부심을 크게 외치며 글을 마무리한다.

 


신혜성 외 않헤?

신혜성 노래 들어라!!!!!!!

신혜성 노래 들으세요!!!!!!!!!!!



*****


#해시태그로 알아보는 신혜성 추천곡 20


혹시나 이 지루하게 긴 글을 버텨내고 난 뒤 도대체 어느 노래를 들으라고?” 라는 물음을 가진 당신을 위해 준비했다. 콘서트 후기에 등장한 노래들은 눈물을 머금고 최대한 배제했다.

20곡 미만으로는 도저히 줄일 수가 없었으니 해시태그를 보고 알아서 골라 듣기를 바란다. 혹시 앨범을 통째로 듣고 싶다면, 발라드는 2<The Beginning, New Days>, 모던록은 <Embrace>를 강력 추천한다.

 

#현악_코러스_뿜뿜   #정통발라드   #신혜성만의__감성이_궁금하다면   

   거울                                                                  

   애인                                                                  

   나이                                                                 

   Timeless Memory                                                 

   빗소리에                                                            

 

#조용하고_감성적인 #잔잔한                                   #듀엣곡 #노래방애창곡

   이별을 꿈꾸다                                                      사랑… 후에 (With )

   사랑해                                                                인형 (With 임창정)

   끝인사

   한 걸음을 더


#까랑까랑 #신혜성의_미성을_즐기고_싶다면                #모던록

   사랑사랑…                                                        Stay


#분위기_있는 #bgm #브금으로_딱

   Buen Camino (Feat. 강수지)

   Island

   Love Actually (Feat. Vink)

   안녕 그리고 안녕 (Feat. Eric, 남규리)

   내겐 꿈 같은 하루 (Duet with 박지윤)

   조금 더 가까이 (With 영준 of 브라운아이드소울)




  1. 신혜성은 2007년 본인의 첫 솔로 콘서트에서 게스트 원더걸스와 함께 Tell Me 무대를 (무려 프릴이 달린 레몬색 블라우스를 입고…) 선보인 바 있다. 본인피셜 너무 충격적인 기억이라 머리에서 노래를 지워버렸다고. [본문으로]
  2. 특히 굿즈 디자인 뽑아내는 솜씨는 최고다. 돈 버는 방법을 안다. [본문으로]
  3. 사실 내가 라이브로 듣고 싶은 노래들이다. 죽기 전에 이 곡들 라이브로 들을 수 있을까. 앨범 별 콘서트 해달라!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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