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개념 뒤흔들기 :
아뮤즈 재팬의 Perfume과 BABYMETAL 기획
왕수박
아이돌?
무엇이 무대에 서 있는 누군가를 ‘아이돌’로 만드는가?
뛰어난 외모, 군무, 맞춰 입은 의상, 성적 소구, 댄스곡... 몇몇 아이돌 그룹이 공유하는 특성을 얘기하기는 쉽지만 무엇이 아이돌의 필요충분조건인지 콕 집어 말하기는 힘들다. ‘우상’이라는 어휘의 포괄적인 의미만큼이나 국가별 시대별 아이돌의 모습은 달랐으며, 지금도 그 경계는 계속해서 변화, 확장 중이기 때문이다.
역사가 짧은 한국 대중음악사만 들춰 보더라도 90년대의 ‘서태지와 아이들’이 인기를 끌었던 시기와 SM엔터테인먼트의 ‘HOT’ 이후의 아이돌 씬은 각각의 음악, 팬덤 문화 등에서 너무나도 다른 양상을 보인다. 당대 아이돌의 모습이 현재의 그것과 다르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으며, 심지어는 90년대 아이돌 세대 이전의 솔로 가수들은 한국 대중들이 그들을 아이돌로 부르지 않았음에도 동시대 일본의 아이돌 개념에 비추어 보면 명확히 ‘아이돌’로 분류되어야 한다.
팝 씬으로 눈을 돌려보면, 뉴키즈온더블락과 엔싱크는 아이돌이었다지만, 원디렉션은 아이돌인가 그냥 보이밴드인가 혹은 오디션 출신 팝스타인가? 저스틴 비버와 아리아나 그란데는? 10대들의 우상이라는 점을 들어 이들에게 ‘idol’이라는 어휘를 사용할 수 있겠으나, 우리는 뮤직뱅크에 나오는 K-POP 아이돌 그룹과 이들이 뭔가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아니 그냥 직관적으로 다르다. 게다가 그 경계를 명확히 설명하기 힘들다. 프로덕션 과정은 비슷하지만 콘텐츠의 형태가 다를 수도 있고, 결과물은 같지만 프로덕션 과정이 아예 딴 판일 수도 있다. 무엇이 그들을 아이돌로 만드는 것인지, 무엇이 아이돌인지, 어떤 질문이 먼저인지도 알 수 없다.
이처럼 아이돌에 대한 정의는 시대별, 국가별로 일일이 예시를 들어 그 변화를 분류할 수 있을 뿐, 고정된 하나의 개념으로 명확히 설명할 수는 없는 일이다. 따라서 본 글에서는 ‘아이돌’ 개념을 2000년대 그리고 2010년대 초반까지의 한국/일본 아이돌 혹은 아이돌 문화로 한정하고자 한다. 1 이는 양국에서 그룹 중심의 아이돌 문화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하나의 사회 현상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시기이며, 동시에 이 시대 아이돌 문화의 전형으로서의 ‘아이돌 그룹’을 대강이나마 정의할 수 있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또한 점차 과열되는 팬덤 문화, 아이돌 기획의 전형성에 대한 대중의 피로감 등의 부수적인 문제들은 덤으로 흥미로운 부분이다.
따라서 본 글에서 언급할 특정 아이돌 기획물들은 동시대 아이돌 개념에 대한 새로운 돌파구인 셈이다. 이것은 특정 시대 혹은 어느 국가의 입장 (혹은 현재 특정 가수의 팬의 입장)에서는 전혀 개념을 ‘뒤흔들’만큼의 새롭거나 특징적인 요소로 보이지 않을 수도 있음을 밝혀둔다. 앞에서도 언급했듯 아이돌은 모름지기 이러이러해야 한다는 고정적인 개념은 없으며 - 일본의 모 아이돌 기획이 마치 이제껏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라거나, 현재 아이돌에 대한 완벽한 대안이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본 글은 일본의 대형 기획사 아뮤즈 2가 선보인 기획들이 2000년대 이후 폭발적으로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아이돌 그룹의 전형을 안티테제적으로 공격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그 전략이 대중들에게 효과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짚어보는 데에 목적이 있다.
그렇다면 오늘의 아이돌은?
아무리 유동적인 개념이라지만, 2000-2010년대에 데뷔한 아이돌 그룹의 형태는 꽤나 전형적이다.
현재 한국 대중음악계에서는 1) 오디션을 통해 선발되어 연습생 시스템을 거쳤으며 2) 거대 자본을 소유한 연예기획사에 의해 기획된 3) 10대-20대의 단일성별 댄스 가수 그룹을 ‘아이돌 그룹’으로 지칭하고 있으며 이들의 음악, 안무, 외모, 팬덤 등의 요소들이 하나의 거대한 아이돌 문화로 소비되고 있다.
물론 이러한 공식으로 설명될 수 없을 것 같은 수많은 사례가 이미 존재한다. 아이유는 데뷔 이래 줄곧 아이돌 취급을 받다가 작사, 작곡능력에 대한 검증과 성적 소구의 점진적 배제를 통해 아티스트로 분류되는 분위기이며,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기회를 얻은 몇몇 가수들은 자신의 음악적 능력과 더불어 거대 자본의 기획, 자신의 타고난 외모 등 ‘아이돌스러운’ 요소들로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례들은 이미 닳고 닳은 수익 창출 방식, 혹은 개별 아티스트의 생존 방식에 불과한 것이지, 기존의 아이돌 개념을 뒤흔드는 새로운 형태는 아니다.
대기업의 수익 창출이 목적인 엔터 산업의 큰 틀 안에서 뛰어난 외모, 좋은 음악, 좋은 가창력은 아티스트의 형태가 그룹인지 솔로인지를 불문하고 언제나 높은 상업성을 담보한다는 이유로 그것의 변주가 계속해서 일어날 뿐이다. 따라서 “소위 ’탈-아이돌‘ 급으로 노래를 잘하는 모 인기 아이돌 그룹의 모 멤버는 아티스트일까요? 아니면 아이돌일까요?”라거나 “노래는 별로 못하는데 작사, 작곡을 잘하고 얼굴이 예뻐서 인기가 많은 모 솔로가수는 아이돌일까요? 아티스트일까요?”라는 식의 논쟁은 개별 사례의 상업성을 판단하자는 것일 뿐, 그것이 아이돌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날카로운 질문은 아니라는 것이다.
결국 성적 매력을 어필하는 단일 성별의 댄스 그룹이 최근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하나의 대중문화 카테고리로 자리 잡았으며, 그것의 전형이 현재 한국에서 ‘아이돌’이라는 개념을 형성하는 견고한 틀이기 때문에, 개별 콘텐츠들의 상업성 및 가수로서의 자질 등은 그것의 개념을 흔들만한 영향력이 없다고 할 수 있다.
대중들은 이미 노래를 잘하는 아이돌, 외모로 더 주목받는 아티스트들에게 수없이 노출되었고, 동시에 계속해서 연예기획사에서 선발되어 나온, 소년/소녀 컨셉의 단일 성별 댄스 그룹을 ‘봄 당하고’ 있다. 그 와중에 누군가는 잘 트레이닝 되어있으며, 누군가의 음악은 꽤나 상업적으로 훌륭하다. 심지어는 누군가는 그것을 직접 만들기까지 한단다. 하지만 지금의 대중들에게 그들은 거대 자본의 기획물이자 성적인 어필과 유사 연애를 이용하는 ‘아이돌 그룹’에 지나지 않는다. 그들이 노래를 잘 하는가? 그 와중에 작사 작곡까지 할 줄 아는가? 이러한 요소들은 대중들이 그들의 음악을 한 번쯤 스트리밍 해줄만한 요인이 될지 몰라도, 그들을 아이돌이 아닌 것으로 만들어주지는 못한다. 3
아이돌이면서 아이돌답지 않을 수 있을까?
앞에서도 언급했듯, 특정 가수가 아이돌인지 아티스트인지, 그 경계에 대한 명확한 합의는 현재 불가능할뿐더러, 그것이 아이돌을 아이돌이 아닌 것으로 만들어줄 만한 의미도 없다. 다만 위의 세 가지 기준(기획사, 연습생 시스템, 단일 성별의 댄스그룹)에 부합하는 상업가수들이 아이돌이라는 낙인을 부여받을 뿐이다. 그럼에도 아이돌은 계속해서 아티스트의 영역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아티스트들은 계속해서 아이돌의 상업성을 확보하고자 한다. 4상업성이라는 틀 안에서 둘 사이의 경계가 자연스레 허물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아이돌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한 한 가지 틈을 확인할 수 있다. 대중들은 개별 아이돌 멤버를 능동적인 주체로 ‘인정’ 혹은 ‘기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이돌이 아무리 만들어진 기획물이라지만 우리는 아이러니하게도 개별 주체가 각각의 개성과 능력치를 가지고 있으며 그들의 상업성이 충분히 발전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실제로 대중들은 아이돌이 그저 거대 자본의 기획물에 지나지 않는, 10-20대들이 주로 열광하는 하위문화로 취급하는 동시에 그룹 안에서 비주얼 멤버, 가창력이 뛰어난 멤버 등을 구분하며 각자의 능력과 발전 가능성 등을 면밀하게 판단하려고 한다. ‘무시하지만 기대하기’로 요약될 수 있는 이 심리는 아이돌 문화의 주요한 세일즈 포인트가 되는 동시에 기존의 아이돌과 아티스트에 대한 경계가 사실상 무의미한 것임을 일깨워주는 부분이다. 5
결국 어떤 그룹이 ‘아이돌’임을 탈피, 아니 적어도 아이돌인지 아닌지에 대한 논쟁이라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는 아이돌 및 아티스트 존재 양태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예컨대, 그룹의 각 멤버가 발전 가능한 개별 주체가 아닐 수 있을까? 메인 비주얼 멤버, 메인 댄서, 메인 보컬을 없앨 수 있을까? 상업성을 충분히 확보한 아티스트가 되기는커녕, 상업성에 대한 기존의 기준과 자본의 논리를 아예 차단함으로써 얻는 다른 효과가 있을까? 일본의 3인조 아이돌 그룹 'Perfume(퍼퓸)‘과 ’BABYMETAL‘은 이렇게 불가능해 보이는 돌파구를 시도하여 상업적으로 성공한 대표적 사례로 소개하기에 충분하다. 본 글에서는 먼저 그룹 ’퍼퓸‘의 각 요소를 나누어 소개한 뒤, 이러한 요소들이 어떻게 기존의 경계를 넘나드는지 밝힐 것이다.
일본의 3인조 걸그룹 Perfume. 2000년 결성, 2007년 메이저 데뷔하여 일본 여성 그룹 최초로 6장의 정규앨범이 모두 오리콘 1위에 올랐으며, 현재도 기록이 진행 중이다. 2010년 도쿄돔에 입성하여 지금까지도 매년 돔 투어, 아레나 투어 등 대규모 투어를 진행하는 장수 걸그룹이다.
1) 음악과 보컬, 가창력
아이돌이 아티스트의 하위 단계 혹은 예비 아티스트 등으로 인식되면서 생겨난 제1의 골칫거리는 바로 가창력 이슈이다.
이는 아이돌을 ‘가수’의 프레임에서 빼낼 수 없기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노래와 춤 실력을 갖추는 것은 가수의 기본적 직업윤리라는 논리 아래 대중들의 끈질긴 요구가 있어왔던 것이다.
한국에서는 아이돌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가창력을 트레이닝하여 ‘우리 아이도 가수다!’라고 말하기 부끄럽지 않도록 하였다면, 일본에서는 대놓고 노래를 조악하게 불러 아이돌의 역할 자체를 뒤집어버렸다.
이에 퍼퓸은 한 발 더 나아가 노래를 하지 않는 방식으로 가창 이슈에 맞서며, 노래를 라이브로 부른다는 개념 자체를 그룹의 구성 요소에서 근본적으로 제거해버린다. 이들은 방송이나 콘서트 등에서 생목 라이브를 절대 하지 않는다. 음원에서조차 이미 목소리가 심각하게 변조되어있어 부르고 싶어도 부를 수가 없는데다가 라이브가 필요한 상황이 있더라도 보코더 6나 오토튠을 실시간으로 사용하여 일부러 라이브처럼 들리지 않도록 만드는 노력을 기울인다.
DJ겸 프로듀서 나카타 야스타카(中田ヤスタカ)’
이러한 전략은 디제이 ‘나카타 야스타카(中田ヤスタカ)’가 만드는 일렉트로닉 음악의 특성에 의해 가능해진다. 나카타 야스타카는 사실 프로듀서보다는 DJ로서의 정체성이 강한 아티스트로, EDM 작업과 클럽 디제잉 활동을 메인으로 한다. 이러한 그와 퍼퓸의 관계는 프로듀서가 아이돌에게 곡을 선물하는 방식이 아니라, 거꾸로 아이돌이 이 DJ의 객원보컬이 되는 방식으로 발현된다. DJ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만든 클럽 음악과 믹스 셋이 공연장에 플레이되면 그만일 뿐, 개별 곡의 보컬이 라이브로 등장할 필요나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의 음악에서 사람의 목소리란 다른 일렉트로닉 사운드와 어우러지는 하나의 ‘악기’에 지나지 않는다. 그는 라이브로 불릴 필요도 없고, 바이브레이션 등 각종 기교를 요구하지 않는 하드코어 사운드의 클럽 음악을 만들며, 이를 충실히 표현하기 위해 멤버들의 목소리는 기계음으로 변조되어 음원에 박제된다. 결국 그의 작업은 퍼퓸을 주체적인 아티스트가 아닌, EDM 음악의 부속물로 만들어 버리며 그들에게는 생목소리로 라이브를 해야 할 어떠한 의무도 사라져 버린다. 메이저 데뷔 이후 모든 타이틀과 수록곡은 나카타 야스타카 단 한 사람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일관성 역시 이러한 구조를 뒷받침하고 있다.
결국 퍼퓸은 한 명의 DJ가 만든 여자 아이돌 버전 EDM, 그것이 무대에서 흘러나온다는 사실 그 자체를 위해 존재한다. 자연스럽게 그룹에서의 리더, 메인보컬, 메인댄서는 존재하지 않게 되며 멤버 세 명은 모든 곡과 안무에서 동일한 비중을 소화한다. 또한 가창력이라는 요소는 애초에 그들 음악에서 존재하지 않는 부분이므로 대중들은 그들의 발전하는 노래 실력이나 아티스트로서의 가능성 등을 판단할 수 없게 된다.
2) 성적 소구의 배제
여기까지만 본다면 클럽튠 음악을 하며 라이브를 잘 하지 못하는 혹은 대놓고 립싱크를 하는 몇몇 기성 가수들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맞다. 심지어 EDM은 오히려 아이돌의 퍼포먼스에 가장 유리한 장르이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이러한 퍼포먼스가 ‘어떠한 목적으로 구성되느냐’일 것이다.
기본적으로 아이돌의 안무는 아이돌이 예뻐 보이기 위해 혹은 멋있어 보이기 위해 만들어진다. 교복, 정장, 체육복 등을 입고 사랑을 노래하며 남녀불문 ‘섹시한’ 안무를 추는 것이 아이돌 팬덤을 구축하는 가장 강력하고도 정확한 접근법임을 부정할 이는 없다. 그러나 퍼퓸의 모든 안무를 담당하는 안무가 미즈노 미키코(水野 幹子, MIKIKO)는 춤에 관한 이러한 접근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인물이다.
댄스의 기교가 전면적으로 드러나는 안무는 저급한 것이라는 그의 인식은 각종 장르의 기본이 되는 루틴, 그리고 이들의 효과를 극대화하여 성적 어필을 목적으로 하는 기존의 아이돌 댄스를 강력히 비판한다. 그가 운영하는 댄스 컴퍼니 'ELEVENPLAY'는 기술과 접목된 현대 무용을 연출하는 일본 내 유명 무용단으로, 현대무용을 공부한 그의 아이돌 작업은 사실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며, 작업의 결과 역시 상당히 독특한 효과를 내고 있다.
안무가 겸 무대연출가 미즈노 미키코(野 幹子)와 그의 무용단 ELEVENPLAY의 무대 (ELEVENPLAY X YASAKA X RHIZOMATIKS (2015) (링크1) )
사랑을 갈구하는 가사를 애교 섞인 몸짓으로 표현한다거나, 멤버들의 몸매를 강조한다거나, 파워풀한 기교로 멤버의 에너지를 폭발시키는 안무 등은 무대에서 절대적으로 배제된다. EDM을 통해 어필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댄스가 아닌 EDM 사운드 자체에 대한 표현으로 안무가 탄생하는 것이다. 이것은 여자 아이돌 그룹이 소위 ‘남성적인’ 컨셉과 안무를 시도하거나, 성에 관해 수동적인 역할을 제거함으로써 성적 소구를 배제하(는 것처럼 보이)는 전략과는 전혀 다른 시도로, 이러한 부분을 시각적으로 이해하는 데에는 퍼퓸의 안무들과 상당히 유사한 EVENPLAY의 작업을 보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된다.
Perfume - PARTY MAKER (2013, Perfume 4th Tour in DOME LEVEL3, Tokyo Dome) (링크2)
ELEVENPLAY - Trace (2015) (링크3)
여기에서 한발 나아가 보다 적극적으로 퍼퓸의 성적인 세일즈 포인트를 제거하는 것은 그들의 의상, 헤어, 스타일링 등의 외적인 부분이다. 먼저 퍼퓸은 자신들의 음악에 박제된 그들의 목소리와 같이 그들의 스타일링 변화를 최소화 하고 있다 - 사실은 최소화가 아니라 하지 않는다는 설명이 더욱 정확하다. 데뷔 이래 염색을 한 번도 하지 않았으며, 각각 긴 생머리, 단발머리, 파마머리를 단 한 차례도 바꾸지 않고 유지해왔다는 것이 가장 주목할만한 부분이다. 그들은 각 곡에서 어필하고 싶은 컨셉에 따라 스타일을 바꾸는 전형적인 이미지 소비 공식을 따르지 않는다. 심지어는 무대 의상까지도 상당히 정형화되어 있으며 콘서트에서 입는 의상은 색상, 패턴 등에서만 작은 변화들이 있을 뿐이다. 결국 그들 스스로에게 온전히 종속된 것은 세 멤버가 보여줄 수 있는 기계적인 안무와 음악, 그리고 여성 헤어의 세 가지 스텐다드 타입뿐인 것이다. 7
기획사의 상업적 전략 역시 이러한 그들의 외적인 모습과 같은 맥락에 있다. 퍼퓸은 일본 아이돌의 상당수가 촬영하는 그라비아 8는 물론이며, 성적 대상화, 성 상품화와 유사연애 심리를 이용하는 상술, 이벤트 등 모든 요소에 단 한 차례도 참여한 적이 없다. TV 프로그램 역시 대부분 토크나 다큐멘터리 위주로 출연하며, 아이돌에 대한 가학적 행위를 웃음코드로 삼는 예능 출연은 거부한다. 극단적으로는 한국 아이돌들까지도 일본 진출 시 필수로 생각하는 악수회나 팬 사인회조차 열지 않는데, 이는 음악이나 공연 외적인 부분에 대한 판매가 전면적이고 직관적인 성 상품화가 아니더라도 인간 대 인간의 상황을 유도하는 것이 유사연애와 한 끗 차이라는 것을 의식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포토카드, 화보집을 이용하여 앨범 버전을 늘려 파는 행위 등 온갖 상술을 필요 이상으로 배제하며 성적 소구 배제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는 편이다. 9
대부분의 아이돌 그룹이 10대에서 20대 초반까지의 멤버들로 구성되는 것은 단순히 그들이 젊고 아름답다는 이유에서일 것이다. 계속해서 새롭고, 더 예쁘고 멋있는 모습을 보여주어야만 하는 아이돌의 인기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자연스럽게 저물어 간다. 결국 누가 노래를 조금이라도 더 잘해서 살아남느냐, 더 잘난 얼굴로 드라마를 몇 편이라도 찍느냐의 뻔한 결말은 대중들에게 ‘아이돌=한 철 장사’라는 인식을 강하게 심어주었다.
그러나 퍼퓸은 외모를 파는 아이돌의 핵심 정체성을 전면적으로 부정한다. 음악적, 외적으로 발전하거나 퇴보하지 않는 그들에게는 아티스트로서의 진화를 통해 살아남아야 할 필요도 이유도 사라져버린다. 발전 가능한 주체로서의 지위가 박탈된 채, 이미 검증된 아티스트들의 작업이 그들의 음악과 무대를 하나씩 채운다. 대중들은 퍼퓸이라는 아이돌을 소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들이 구매하는 것은 퍼퓸을 만든 아티스트들의 작업인 것이다.
3) 라이조매틱스 Rhizomatiks
이러한 퍼퓸의 기계와 같은 모습은 기술팀 ‘라이조매틱스(Rhizomatiks)’의 무대 연출을 통해 시각적으로 최종 완성된다. 라이조매틱스는 첨단 기술을 이용한 디지털 작업을 메인으로, 상업적 광고, 캠페인, 미술 작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미디어 아티스트 그룹이다. 그중에서도 그룹의 창시자이자 가장 주축이 되는 인물인 다이토 마나베 (真鍋大度)는 퍼퓸의 무대 연출과 기술에 가장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인물이다. 그의 퍼퓸 무대 작업은 나카타 야스타카가 만든 일렉트로닉 음악 자체를 시각화하는 데에 목적을 두고 있으며, 미키코의 현대무용을 기반으로 한 안무와 함께 퍼퓸의 무대를 하나의 종합적인 시각 예술로 만드는 결정적 요소가 된다.
다이토 마나베(왼)와 Rhizomatiks Research의 작업실 모습. Rhizomatiks는 Research, Architecture, Design의 세 팀으로 나누어져있으며 그 중 기술 분야는 Research 팀에서 담당하고 있다. (참고 : https://rhizomatiks.com)
증강현실, 다이나믹 VR, 스크린 투사 기술 등을 이용한 퍼퓸의 무대들은 미술관에서도 볼 수 있는 그들의 미디어 아트 작업들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으며, 라이조매틱스의 가장 최근의 기술을 처음 상업적 버전으로 선보이는 곳이기도 하다.
Rhizomatiks와 Perfume의 작업을 조명한 전시 (2013, NCC ITT Art Museum, TOKYO)
4) 종합 - 퍼퓸의 아이돌, 아티스트 논란
결국 퍼퓸이라는 아이돌 기획은 각종 공연 및 미디어 노출에 유리한 3인조 걸그룹을 내세워 DJ, 현대 무용가, 미디어 아티스트가 협업한 결과물이며, 실제로 이들은 ‘팀 퍼퓸’이라는 하나의 거대한 프로젝트로 인식되고 있다. 퍼퓸 3인의 멤버는 각 예술 분야의 대중적이고 상업적인 버전을 수행하기 위해 존재하며, 이러한 프로젝트에 실제로 아이디어를 낸다거나 음악적 부분에 참여하는 등의 역할은 일절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대체 퍼퓸은 무엇을 하는가? 그저 대단한 기획자들을 잘 만났을 뿐이며, 프로젝트의 일원으로서 무대 위에 존재하는 것이 전부 아닌가? 팀 퍼퓸은 이러한 논란과 질문들을 계속해서 불러일으키지만, 정작 멤버들은 천진난만하게 아무것도 모른다는 태도로 무대에서 열심히 춤을 추는, 아이돌로서의 태도를 꾸준히 견지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해 보인다.
사실 대중음악에서 어떤 아이돌 혹은 아티스트의 기획은 결국 몇몇 전문가들의 손에서 탄생한다. 이번에는 작사 및 작곡에 참여했다, 각종 연출에 신경을 썼다며 보도자료가 나올 뿐, 무대에 서 있는 그가 얼마나 아이디어를 냈는지, 얼마나 참여했는지에 대해서 대중들은 알 길이 없다 - 그리고 분명히 숙련된 전문가들의 도움 없이는 나오지 못했을 작업들이 거의 대부분, 사실 전부임을 필자는 확신한다. 개인이 모든 프로덕션 작업을 진행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아니, 알더라도 그것이 거대 자본의 이윤추구라는 상업적 목적에 의해 탄생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중에서도 아이돌 그룹은 그러한 목적 아래 성과 유사연애를 점점 더 교묘하게 팔아 대중들의 피로감을 높였고, 계속해서 비난받아왔을 뿐이다.
2013년 칸 국제 광고제에 출품되어 은상을 수상한 Perfume - Spending All My Time 무대와 월드투어 홍보 기획물. (링크6)
팀 퍼퓸은 이러한 비판에 정면으로 맞선다. 아이돌은 어차피 기획된 것, 만들어진 것, 짜여진 것이다. 노래를 조금 잘 하는 것이 아이돌의 지위 변동에 아무런 영향을 줄 수 없다는 것을 안다. 그 사실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없다면, 어설픈 라이브로 노래실력에 대한 논쟁을 안고 가느니 노래를 할 수 없는 음악을 가져와 노래를 아예 하지 않는 것이 어쩌면 가장 ‘아이돌다운’ 모습일 수 있다.
동시에 아이돌이 비판받는 가장 주요한 지점인 유사 연애와 성 상품화 등의 요소들을 과감하게 제거한다. 예쁘니까, 몸매가 좋으니까, 예능에서 이렇게 열심히 망가지니까, 소녀에서 숙녀가 되는 성장 스토리가 있으니까 우리를 좋아해달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빈 공간은 무용에 가까운 안무와 미디어 아트 퍼포먼스가, 세련된 일렉트로니카 음악이 채운다.
퍼퓸의 공연이 갖는 상업적 의미는 세 멤버의 예쁜 외모나 춤사위, 코스프레가 아니라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만들어낸, 시각적으로 훌륭한 무대 그 자체이다. 그리고 멤버들은 묵묵히 그 기획의 수행자로서 무대를 해낸다. 이것은 소위 ‘아티스트’로 분류되는 대중 뮤지션들의 전략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글 도입에서도 언급했듯, 외모를 파는 아티스트가 분명 있음에도 불구하고 ‘음악을 판다’는 것은 우리가 특정 가수들에게 굳이 아티스트의 지위를 부여하는 주요한 자격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결국 음악으로 인정받으며 음악과 무대 자체를 파는 아티스트인가? 물론 어떤 사람들은 퍼퓸 멤버들이 콘텐츠를 직접 제작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적극적인 의미의 아티스트 지위를 부여하는 것에 상당한 거부감이 있다. 그러나 예술 작업의 수행자로서 대중 매체에 전면적으로 나서는 세 멤버들의 역할은 분명히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들은 일회성 행위 예술에 고용된 아르바이트가 아니며, 18년의 활동 과정에서 팀 퍼퓸의 퍼포먼스를 위해 잘 트레이닝 된 전문가임은 분명하다. 우리는 어떤 예술 작업의 아이디어 제안, 실제 제작, 수행의 세 층위에서 무엇이 예술행위 그 자체인지, 무엇의 비중이 예술가를 만드는지 지금도 끝없이 논쟁하고 있다는 점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팀 퍼퓸은 대중음악계를 대상으로 그 경계를 보여줄 뿐이다.
2016 리우 올림픽의 폐막식 공연은 팀 퍼퓸의 작품이었다. 음악 : 나카타 야스타카, 안무 : 미키코, 무대기술 : 라이조매틱스, 연출 : 시이나 링고 (링크7)
3인조 아이돌 그룹의 형태를 가지고 있지만, 아티스트의 전유물로 생각되는 생존방식을 소유하는 것. 예비 아티스트가 되기 위한 발전의 가능성을 아예 차단함으로써 욕할 준비를 하고 있던 대중들에게 허무함을 안겨주는 동시에 상업적인 기획의 철저함을 잃지 않는 것. 우리가 보는 모든 상업음반은 사실 다 같은 논리로 만들어졌음을 역으로 증명하면서 영원한 시간성을 획득하는 것. 이것이 퍼퓸의 기획이 갖는 가장 중요한 의미이자 논쟁의 지점이다.
작년을 기준으로 30대에 들어서 아이돌이라고 불리기에도 민망한 그들은 이번 2018년에 무려 결성 18주년, 메이저 데뷔 12주년을 맞는다. 그리고 일본 대중들은 이러한 논쟁을 지금도 계속해서 이어가고 있다. 중론은 아이돌과 아티스트 그 어느 쪽에 속하기에도 모호하다는 것이다. 필자도 이에 동의하는 한편, 퍼퓸이 아티스트의 지위를 얻는 것 자체에는 큰 의미가 없다고 느낀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2000년대 이후 정형화되어있는 아이돌 그룹의 대안적 형태를 제시하는 동시에 현재 진행되는 아이돌과 아티스트에 대한 논쟁이 무의미하다는 메시지를 계속해서 던지고 있다는 점이다.
덧붙임 : BABYMETAL
베이비메탈의 영국 락 페스티벌 라이브. 이들은 아시아 걸그룹으로는 최초로 UK 앨범차트 15위에 오르는 성과를 냈다. (링크8)
베이비메탈은 퍼퓸의 상업적 성공 이후 동일한 전략으로 만들어진 3인조 헤비메탈 아이돌 그룹이다. 퍼퓸이 하드한 일렉트로닉 음악을 아이돌 버전으로 풀어냈다면 베이비메탈은 헤비메탈 사운드와 아이돌스러운 멜로디를 결합시켜 락 팬들로부터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이들이 제기하는 새로운 문제는 밴드와 연주에 관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헤비메탈은 하드코어 락 밴드 연주를 통해 표현될 수 있는 특수한 장르로 여겨지나, 이들은 악기를 연주하는 대신 춤을 춘다. 한편 베이비 메탈과 함께 투어를 다니는 밴드는 비록 베이비메탈의 멤버가 아니지만, 구성원이 고정되어있으며 연주 실력 또한 매우 훌륭하다. 무대에서 환호를 받는 것은 춤을 추는 세 명의 소녀들이지만, 관객들은 수준급의 헤비메탈 연주를 라이브로 듣는 것이다. 게다가 이들의 사운드는 아이돌의 것이라고 하기에는 락 세부 장르의 팬들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
그렇다면 베이비메탈의 장르는 헤비메탈인가 아니면 아이돌인가? 무대에서 밴드의 연주가 라이브로 나오고 있음에도 이들이 아이돌로 분류된다면 그것은 어떤 이유에서인가? 밴드를 밴드로 만들어주는 명확한 기준은 무엇인가?
링크
1. ELEVENPLAY - YASKAWA × Rhizomatiks × ELEVENPLAY (2015)
https://www.youtube.com/watch?v=H_eAkJ_o-pk
2. ELEVENPLAY - TRACE (2015)
https://www.youtube.com/watch?v=850P1Pvuikw
3. Perfume - PARTY MAKER (2013, 4th Tour LEVEL3, TOKYO DOME)
https://www.youtube.com/watch?v=NgqFfGpKkAA
4. Perfume - STORY (2015, Live at SXSW)
https://www.youtube.com/watch?v=4eHqYZVrMP0
5. Perfume - Perfume No Okite (2016, 6th Tour Cosmic Explorer, KYOCERA DOME)
https://www.youtube.com/watch?v=K1diKgG4urI
6. Perfume - Spending All My Time (2013, Cannes Lions International Advertising Festival)
https://www.youtube.com/watch?v=GOUcCrjiOu0
7. 2016 리우 올림픽 폐막식 일본 공연
https://www.youtube.com/watch?v=s23qwzu4Mb8
8. BABY METAL - KARATE (2016, Download Festival, UK)
https://www.youtube.com/watch?v=qXF94RGYEmw
- 물론 2000년대는 특별히 한국 아이돌 문화가 폭발적으로 확장되었던 시기이기 때문에, 세부적인 양상은 일본의 그것과 매우 다르다. 그럼에도 한국과 일본의 2000년대 아이돌 문화를 비슷하게 묶을 수 있는 중요한 근거가 있다. 바로 한국 아이돌 문화의 창시자라고 할 수 있는 SM엔터테인먼트가 일본의 쟈니스, 하로프로젝트 등의 사무소와 유사한 기획을 많이 보였으며, 이후 ‘한류’를 통해 상호 아이돌 문화의 특성이 대놓고 섞이고 있다는 점이다. (프로듀스101과 ABK48 총선거, E-girls의 소녀시대 모방, 동방신기, 트와이스의 현지화 등) [본문으로]
- 아뮤즈는 사실 배우 중심의 연예기획사이나, 탄탄한 가수 라인업을 확보하여 매년 아뮤즈 소속 가수들만 등장하는 음악 페스티벌을 개최할 정도의 규모를 갖추고 있다. 일본의 국민 밴드 사잔 올 스타즈를 중심으로 퍼퓸, ONE OK ROCK, 호시노 겐, 사쿠라 학원, 베이비 메탈 등 강력한 팬덤보다는 대중성 중심의 아티스트들이 소속되어있다. 또한 일본 연예사무소들 중 이례적으로 한국 지사 ‘아뮤즈 코리아’를 운영하고 있으며, 소속 아이돌로는 예능 비정상회담을 통해 얼굴을 알린 타쿠야 소속의 ‘크로스 진’이 있다. [본문으로]
- 본 글이 이러한 형태를 옹호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사실을 밝힐 뿐이다. 추가하자면, 역으로 ‘아티스트’ 유형의 가수가 아이돌적 요소를 통해 상업성을 담보하는 케이스에 대해서는 대중들의 피로감이 상대적으로 덜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케이스들은 현재 서서히 인기를 얻고 있는 과정에 있으며, 한국에서는 마치 이 지겨운 아이돌 그룹들을 ‘물리쳐줄’ 대안적 콘텐츠로 추앙받는 분위기가 형성되어있다. 이를테면 ’마마무는 노래를 잘한다. 다른 아이돌에 비해. 어쨌든 그래봤자 기획사에서 나온 아이돌 그룹이다. 노래를 잘하고 음악이 좋으니까 듣지만, 무대에서 춤추는 아이돌 그룹, 이제는 지겹다.‘ ’헤이즈/볼빨간 사춘기는 가창력이 그렇게 뛰어나진 않은 것 같지만 곡이 너무 좋다. 곡도 스스로 만든다니 더 매력적이다. 심지어 예쁘기까지 하다. 하지만 춤을 추지 않고 매체 노출이 적어 아이돌로 느껴지지는 않는다.‘ 이런 식이다. 안타깝게도 필자의 눈에는 두 콘텐츠에 대한 대중들의 소비 양태가 지나치게 비슷하다. [본문으로]
- 아이돌과 아티스트의 경계를 이분법적으로 나누고자하는 의도는 없으며, 전형적인 아이돌 그룹과 그 외의 범주를 구분하기 위해 편의상 사용한 어휘이다. [본문으로]
- 기존의 방식을 통해서는 ‘실력파 아이돌’ 이상의 범주 탈피는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다. 게다가 아이돌을 예비 아티스트, 혹은 아티스트가 지녀야 할 잠재력이 있는 개인으로 보고 있다는 점에서 둘 사이의 본질적인 구별은 더더욱 무의미하다. 어차피 똑같은 기준과 잣대로 바라볼 것이라면, 특정 가수가 그룹이든 솔로든 연습생을 했든 안 했든,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일본에서는 이를 매우 극단적인 방법으로 역이용한다. 바로 아이돌 연습생들을 트레이닝하지 않고 바로 데뷔시키는 것이다. 결국, 아이돌이 아티스트급의 실력을 갖출 일은 (거의) 없기 때문에 대중들의 기대를 극도로 낮추고 실력에 대한 논쟁을 회피하는 동시에 성장과정이 극도로 강조되어 커다란 세일즈 포인트를 획득하는 효과를 누리게 된다. 아이돌과 아티스트의 상업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철저히 분리되어있기에 가능한 것이기도 하다. [본문으로]
- 보코더 (Vocoder) : 목소리의 음이나 톤을 변조하는 이펙터 [본문으로]
- 이는 퍼퓸이 아이돌로서 어필할 수 있는 각종 외적인 요소들을 극도로 제한시켰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을 일본 대중들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걸그룹으로 만들어주는 결정적 요소가 되었다. 단발머리, 긴 머리, 묶음머리를 하고 있는 세 여성의 실루엣이 곧 퍼퓸이라는 인식은 특정 히트곡, 컨셉, 얼굴 생김새 등에 관한 각인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다. [본문으로]
- 여성의 비키니 차림이나 세미 누드를 찍은 영상물 또는 화보집 [본문으로]
- 그 때문에 각종 스캔들에도 전혀 타격이 없는 편이다. 인기 아이돌이기 때문에 멤버들의 열애 소식이 터지면 대중적으로 크게 화제가 되지만, 정작 팬들은 스캔들이 없는 멤버에게 왜 좋은 나이에 연애를 못하는 것이냐며 안타까워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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